로마의 문인이자 정치가인 플리니우스는 자신의 저서 ‘박물지’에서 하이에나는 먹이를 구할 때 그림자를 이용해 개들이 짖지 못하게 하며, 호두나무의 그림자는 사람들에게 두통을 일으킨다고 기술했다.

물론 신빙성 없는 얘기지만 서구인들이 그림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봤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림자만큼 살가운 존재도 드물다. 그것은 해님이 만물에게 출생기념으로 선사한 검정색 외투다. 원한다고 벗어던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동고동락해야 할 평생의 동반자다. 당신이 움츠러들었을 때도 그는 표정을 감춘채 호기를 부린다.

오늘도 그가 옆에서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 그대 힘낼지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