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의 인조인간 ‘600만불의 사나이’가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인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인조인간이 영국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런던 과학박물관은 5일(현지시간) 팔다리를 비롯해 대부분의 장기가 생체과학기술로 만들어진 인조인간 ‘렉스(Rex)’를 오는 9일부터 21일까지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렉스 제작은 영국방송 BBC 채널4의 다큐멘터리 ‘바이오닉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How to build a bionic man)’를 위해 기획됐다. 이 다큐멘터리는 렉스를 통해 생체공학기술이 인간의 몸과 흡사한 인조인간을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줄 계획이다. 렉스의 이름은 ‘로봇 외골격(Robotic Exoskeleton)’의 앞글자를 따 지어졌다. 전 세계 18개 대학과 실험실, 기업이 인공 장기를 제공했고 세계적 로봇 공학전문가들이 모인 영국의 ‘섀도’사가 조립을 맡았다. 렉스를 만드는 데는 총 100만달러(약 10억8000만원)가 투입됐다.

렉스의 키는 2m이며 골격은 금속제로 이뤄졌다. 기존 의족과 달리 렉스의 다리는 지형에 따라 움직임을 달리할 수 있어 등산이나 암벽타기도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스코틀랜드의 터치바이오닉사가 만든 렉스의 손은 독립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어 물건을 집거나 비트는 것도 가능하다.

내장기관은 인간의 것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졌으며 신장을 제외한 대부분이 현재 인공장기로 이용되고 있는 제품들이다. 렉스의 인공 기관지는 2011년 스웨덴에서 처음 사람에게 이식된 바 있다. 인공 심장은 이미 1000명이 넘는 환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 밖에 폐·신장·췌장·비장 등의 인조 장기와 인조 혈액, 눈·귀 등 인조 기관이 사용됐다. 하지만 렉스는 인공 장기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위와 소장·대장 등 소화 기관은 없다. 장기들은 배터리로 작동된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