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두 여걸이 만났다. 방한 중인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는 1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방문해 대화를 나눴다.

이 여사는 “남편이 살아 계셨다면 상당히 기뻐하셨을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은) 여사님의 건강과 자유를 갈망했다”고 말을 건넸다. 이에 수치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없어 매우 유감”이라고 답했다.

이 여사는 “2007년 ‘버마의 밤’ 행사를 열어서 수치 여사님이 자유로워지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성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수치 여사는 “여러분의 노력 덕분에 제가 가택연금에서 나오게 됐다”며 “지금까지 보여준 친절과 행동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환담에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 김성재 전 김대중도서관장,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 등 ‘DJ맨’들이 배석했다.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10여분간 공개 대담을 한 후 비공개로 다시 1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쓴 휘호 ‘實事求是 寬仁厚德(실사구시 관인후덕)’이 새겨진 백자 도자기를 수치 여사에게 선물했다. 수치 여사는 답례로 미얀마 현대 미술가가 그린 그림을 선사했다.

수치 여사는 앞서 같은 장소에서 송영길 인천 시장과도 대담했다. 수치 여사는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잘못은 누구나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송 시장이 “독일과 달리 일본은 위안부 문제 등을 인정하지 않는다.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자 이같이 답했다.

수치 여사는 또 한국의 분단 현실에 대한 송 시장의 말에 “상호 이해와 존중 속에 차이를 인정하고 타인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때 다양한 사람과 집단을 통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서는 “내가 한 선택이며, 희생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치 여사는 이날 오후 서울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뒤 특별 강연을 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