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가운데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 등을 대상으로 한국처럼 의회가 인사청문회를 가장 철저하게 실시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의원내각제이거나 이원집정부제여서 의회와 정당 내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헌법 제2조2항에 연방 상원은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준 권한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총 1140여개의 공직 임명 때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한다. 이 가운데 인사청문회 대상은 행정부의 장·차관과 정보기관 수장, 연방 대법관, 각국 대사 등이다.

대통령이 지명한 각료에 대해 상원이 인준을 거부한 사례는 2% 미만에 그칠 정도로 드물다. 인준 거부율이 낮은 것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존중하는 정치 풍토가 조성돼 있는데다 후보 지명에 앞서 사전 검증이 철저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자를 선정하면 백악관 인사국,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공직자 윤리위원회 등이 동원돼 매뉴얼에 따라 검증 작업을 벌인다.

조사 대상 항목은 230여개다. 개인과 가족의 배경, 직업 및 교육적 배경, 세금 납부 현황, 교통범칙금 등 경범죄 위반, 전과 및 소송 진행 등을 놓고 검증을 벌인다. 이 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대통령이 의회에 인준을 신청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상·하원 의회 및 정당 지도자와 협의를 한다. 정치 단체·이익단체 지도자들로부터도 의견을 수렴한다.

백악관은 의회의 해당 상임위와 자료 등을 공유하면서 협조 체제를 유지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큰 반대가 없으면 대통령은 후보로 지명하고 그 사실을 공표한 후 상원에 인준 동의서를 제출한다. 사전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은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한 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의혹들을 미리 걸러내 여론의 비판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우리나라처럼 후보자 지명 이후 비리 등 의혹들이 언론이나 야당 등을 통해 쏟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면 상원의 해당 상임위원회는 청문회 이전 사전 조사를 벌인다. 청문회 이전에 이렇게 이중 삼중의 검증 장치가 있기 때문에 웬만한 의혹들은 걸러진다.

이런 까닭에 상원 청문회에선 구체적 정책 검증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