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3개월 연속 1%대…당장 경기에 영향 없지만 디플레 가능성 경계해야
원화 강세로 수출전선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를 현저하게 밑도는 저물가가 경기 회복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물가 하락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 지금의 저물가는 소비자들의 체감물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지표지만 혹한 등의 여파로 상승률이 높은 농산물 등을 제외한 공산품 물가 상승률은 극심한 수요 부진으로 0%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수요 부진 심각

31일 정부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대 초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1.6%, 12월 1.4%에서 더 낮아진 것으로, 3개월 연속 1%대를 기록했다. 분기별로도 지난해 3분기(1.6%)와 4분기(1.7%)에 이어 3분기 연속 1%대에 머물렀다. 이 같은 수준은 한국은행의 장기 물가안정 목표치(2.5~3.5%)의 하단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1%대를 나타낸 것은 1999년 1월부터 2000년 2월까지 14개월 연속 2%대 미만을 기록한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째(1월 예상치 포함) 1%대에 머물렀다.

최근 물가 하락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에다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 하락이 맞물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소비자물가는 2분기와 3분기 뒤에 0.12%포인트씩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6.5% 떨어졌다.

경기 상황은 초저물가에도 10.7%나 성장했던 1999년에 비해 매우 심각하다.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분기 0.1%에서 4분기 0.4% 증가했다. 2011년 2분기 이후 7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물가 하락 부작용 경계

일반적으로 물가 하락은 경제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될 경우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줄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기업의 생산 위축→고용 감소와 임금 하락→실업과 소득 감소→수요 위축→추가 가격 하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또한 상대적으로 현금가치가 올라 채무자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초저물가가 이어질 경우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경기 회복이 더욱 지연될 수 있다”며 “한은이 물가목표의 하한선을 정해놓은 것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홍범 경상대 교수도 “중기 물가안정목표제는 위뿐 아니라 아래쪽 방향으로의 이동도 제한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낮춰 총수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장기간 물가가 목표치 하단을 이탈한 데 부담을 갖고 있으면서도 당장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3월부터는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효과가 사라진다”며 “2분기부터는 목표범위 내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