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김용준 낙마 심경 피력 "좋은 인재, 청문회 겁나 공직 안맡을까 걱정"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얼굴)이 30일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 당선인은 이날 새누리당 소속 강원지역 국회의원 8명과의 오찬 자리에서 “우리 청문회 제도가 죄인 심문하듯 거칠게 몰아붙이기 식으로 가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며 “청문회라는 것이 일할 능력에 맞춰져야 하는데 조금 잘못 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후보자에 대한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이 제기되고 사적인 부분까지 공격하며 가족까지 검증하는데, 이러면 좋은 인재들이 청문회가 두려워 공직을 맡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일부 참석자가 김 전 후보자의 낙마를 두고 “예수도 인사청문회에 가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경찰·검찰에서 범죄인을 뒤져도 이런 식으로는 안 뒤진다”고 말한 데 대해 공감을 표시하며 나온 것이라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박 당선인은 또 “후보자의 정책 검증은 국민 앞에서 철저히 하되 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이나 후보자의 인격에 대한 것은 지켜줘야 하지 않나”라며 “미국은 그런 게 잘 지켜지고 있어 인사청문회를 더 효과적으로 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말도 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청문회를 통한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검증 시스템 보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선 과정에서의 노고를 위로하는 성격의 이날 오찬에서 박 당선인은 전날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 한 참석자는 “김 전 후보자의 낙마가 잇따라 제기된 의혹을 인정한 데 따른 자진 사퇴 성격이 아니라 언론의 무리한 의혹 제기로 인한 불가피한 사퇴로 당선인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날 김 전 후보자도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사퇴의 변’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도라도 상대방의 인격을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김 전 후보자 낙마로 후임 총리 후보자 인선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 ‘불통 인사’로 인한 폐해를 의식한 듯 이번에는 청와대의 협조를 얻어 후임 총리는 물론 차기 내각 후보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사전 검증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갖고 있는 주요 인사에 대한 인사파일을 넘겨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총리와 장관 후보군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필요하면 청와대의 도움을 얻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무악동 자택에서 머물다 오후 2시께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했다. 김 위원장은 정무분과 토론회 후 인수위원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인수위원장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