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휘발유값이 사상 최고점을 찍었는데도 소비량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0일 유가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985원76전으로 전년의 1929원26전에 비해 3%가량 상승했다. 연평균 사상 최고 수준이다. 보통휘발유 기준 주유소 판매가격은 2009년 1600원72전, 2010년 1710원41전에서 2011년 처음 1900원대로 올라서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급휘발유는 더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해 고급휘발유는 ℓ당 2233원67전으로 전년 2136원19전에서 4.6% 뛰었다.

지난해에는 알뜰주유소와 혼합판매,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등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정부의 기름값 대책이 시행됐다. 그러나 상반기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값은 4월18일 ℓ당 2062원55전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서울지역의 경우 같은 달 2100원 선마저 넘어섰다.

이처럼 휘발유값이 고공 행진을 하는 가운데도 소비량은 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휘발유 국내 소비량은 6957만9000배럴로 전년도 6744만8000배럴에 비해 200만배럴 이상 늘었다. 유가자유화 시행 첫해인 1997년 6876만2000배럴 이후 최대 규모다. 경유도 2011년 1억84만6000배럴에서 지난해 1억215만6000배럴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증가율은 1.3%로 휘발유 소비량 상승폭인 3.1%엔 못 미쳤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기름값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하반기엔 안정을 찾았고 최근에는 19주 연속 기름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기름값이 급등한 뒤 점차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오히려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업용 화물차 비중이 큰 경유의 경우 국내 건설경기, 대외무역에 따른 물동량 증감 등 경기에 영향을 받아 소비량 상승폭이 작았다. 휘발유와 달리 경유는 화물차 위주의 소비가 주를 이뤄 경기침체에 대한 반응도가 높은 편이다.

반면 자동차연료 중 LPG 소비량은 2011년 4622만6000배럴에서 지난해 4488만9000배럴로 130만배럴 이상 줄었다. LPG업계 관계자는 “LPG 수입가격이 올라 석유화학용 소비량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