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세 장벽으로 북한에 불만 표출

핵실험을 둘러싸고 북중 갈등이 표면화된 가운데 중국이 대북 압력의 하나로 해석될 수 있는 통관 강화 카드를 꺼내들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북중 무역의 주요 창구인 단둥, 다롄 등지에서 통관 강화 조치를 시작한 것이 본격적인 대북 압력 조치의 '서곡'일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통관 강화라는 '비관세 장벽'의 가동은 당장 북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

북한 무역상들 사이에 해관 신고 서류에 없는 물품을 섞어 나르는 관행이 있어 실질적인 규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통관 강화 조처는 유독 북한을 오가는 화물에만 국한됐다는 점에서 그 성격을 잘 읽을 수 있다.

비관세 장벽은 중국이 상대국에 가진 불만을 비공식적으로 표출할 때 자주 쓰는 수단이다.

중국은 작년 남중국해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분쟁 와중에 병충해 검사를 핑계로 필리핀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바나나의 통관을 지연시켜 적지 않은 손해를 끼쳤다.

최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일본 기업들의 상품과 원자재 통관을 지연시킨 사례도 있다.

따라서 통관 강화가 핵실험 강행 움직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자 각종 경고에도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추가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많은 대북 압력 수단을 갖고 있다.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중국은 원조 형태로 북한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원유와 상당량의 식량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에 원조하는 원유와 식량이 각각 매년 50만t, 1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중국은 2003년 2차 핵위기가 터지자 랴오닝성 단둥에서 신의주를 잇는 원유 공급 송유관을 고장을 핑계로 잠갔고, 2006년 1차 핵실험 때도 송유관을 통한 원유 공급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가장 낮은 수위의 제재라고 할 수 있는 통관 강화 조치가 북한 지도부를 상대로 중국이 가진 대북 영향력을 상기시킴으로써 '올바른 판단'을 유도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중국 내 분위기도 북한에 우호적이지 않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가 25일 사설에서 북한이 다시 핵실험에 나선다면 중국은 조금의 망설임 없이 대북 원조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일각에서는 북한을 오가는 화물에 대한 검색 강화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기존의 여러 유엔 대북 결의는 북한을 오가는 화물에 대한 검색 강화를 촉구했지만 가장 중요한 당사국인 중국의 비협조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갖는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은 지난 25일 베이징에서 6자회담 수석 대표 간 회동을 갖고 최근 도출된 유엔 안보리 2087 결의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중국이 과연 어느 선까지 대북 압력을 행사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은 과거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벌였을 때도 북한을 자극해 더욱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로 결정적 국면마다 북한을 감싼 적이 많았다.

(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