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인 ‘창조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상업화-창업으로 이어지는 혁신 시스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영배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서울 역삼동 기술센터에서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정책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린 ‘제58회 한국공학한림원-한국경제 토론마당’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5~6년 새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2%에서 18%로 줄었는데 이는 중소기업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라며 “정부가 지금까지 중소기업 대표 선수를 정해서 집중 지원하는 정책을 폈는데 글로벌 강소기업 배출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이들이 나올 수 있는 토양, 즉 생태계를 제대로 만드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종속 구조의 대·중소기업 관계를 깨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기업들이 선진국을 쫓아가는 전략에서 벗어나 시장을 만들어내는 선도자가 되려면 혼자의 힘만이 아니라 여러 벤처기업들의 역량을 모으는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공동 기술 개발, 글로벌 마케팅 지원 등 중소기업과 함께할 수 있는 개방형 혁신 모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은 3~5년짜리 중소기업 R&D 과제를 한 뒤 바로 사업화에 나서도록 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과 상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며 “R&D와 사업화 중간에 사업화연계기술개발(R&BD) 과정을 추가하고 단계별로 지원금을 차별화하는 등 국가 R&D 사업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장에서 활약하는 강소기업 최고경영자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인력 문제를 꼽았다. 통신장비업체인 케이엠더블유(KMW) 김덕용 회장은 “박사 학위를 가진 최고 공학도들이 대학을 가장 선호하고 그 다음 국가 출연연구소, 대기업으로 가다보니 중소기업에는 차례가 오지 않는다”며 “대학 교수, 정부 출연연구소 연구원들을 2~3년간 중소·중견기업에 파견하고 이들이 복귀했을 때 더 우대하도록 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사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물 위에 뜬 기름을 싹 걷어가듯 우수한 인재들이 대기업으로만 간다”며 “중소기업에 들어왔다가도 1년만 지나면 전직이 가능한 현 병역특례 제도 등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영섭 지식경제R&D전략기획단 투자관리자(MD)는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산업과 관련된 매출 비중이 33%에 달하는 반면 지식경제부 산하 출연연구소들은 10%에 그치는 등 기업 연계 기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중견기업이 기술 상담이 필요할 때 찾아갈 수 있는 기술특화센터를 출연연구소 대학 등에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