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국(HSI), 캐나다 국경관리국(CBSA), 중국 공안부 등 외국의 법집행기관과 공조로 2010년 1월 출범 이래 수백억원씩을 횡령하고 외국으로 달아난 기업대표, 학원 이사장 등 중범죄자 18명을 추적·검거했다고 27일 발표했다.
대검 국제협력단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지명수배를 받아온 나 전 부회장은 2010년 10월 여권과 비자의 유효기간이 만료돼 미국에 불법체류 중인 사실이 포착됐다. 국제협력단의 요청을 받은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국은 지난해 10월 나 전 부회장을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했고, 나 전 부회장이 자진출국 의사를 밝힘에 따라 다음달 중 한국으로 송환하기로 했다. 그는 귀국 즉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게 된다.
나 전 부회장은 1998년 3월 한남투자신탁을 인수한 뒤 거평그룹 계열사에서 발행한 채권을 매입해주는 등 2900여억원을 부당 지원해 회사에 40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1999년 4월 미국으로 달아났다.
나 전 부회장은 30대 그룹으로 급부상했다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외환위기 때 해체된 거평그룹 창업주 나승렬 전 회장의 조카다. 나 전 회장은 2004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이 선고돼 법정구속됐으나 건강상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받았으며 2008년 광복절 특사로 형집행이 면제됐다.
대검은 또 미 국토안보부 수사국과 공조를 통해 2007년 12월 미국으로 달아난 전 코스닥업체 대표 조성용 씨의 신병을 지난달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조씨는 2009년 2월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으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미국으로 달아나 형 집행이 되지 않았고 회사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8년 2월~2009년 9월 12건의 지명수배 및 지명통보 처분을 받았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원영 전 이사장은 외형상 자진입국 형식을 취했지만 한·미 수사당국의 추적으로 해외체류가 불가능했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했다가 지난해 9월 캐나다 국경관리국에 체포된 백종안 전 대표는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박경춘 국제협력단장은 “각국 법집행기관들과 수사협조 협정을 맺어 해외도피 중범죄자 70여명의 신병을 쫓고 있다”며 “인터폴 수배, 여권 무효화, 비자 취소, 비자갱신 불허 등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다각적인 공조를 통해 해외 도피자는 외국에서 정상적인 체류를 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