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韓流)는 단순히 대중문화에 국한된 게 아닙니다. 한국의 산업 발전과 경제영토 확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후진국에서는 발전 모델을 한국에서 배우려고 합니다. 자국과 비슷한 조건에서 체험한 모델이니까요. 그러나 한류를 ‘현상’으로만 놔둔다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학술적으로 연구해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또 한 차례 도약할 겁니다.”

28일 서울 남대문로 대우재단빌딩에서 창립총회를 여는 세계한류학회 박길성 초대회장(56·고려대 문과대학장·사진)은 한류 연구의 필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세계한류학회는 K팝·드라마·한글·한식·패션 등을 연구하는 세계 학자들이 한류를 학술적으로 규명하고 사회·경제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결성한 단체다.

“한류 DNA를 ‘흥(興)’과 ‘한(恨)’ 등에서 찾기도 하지만 이는 국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닙니다. 한류 DNA를 학술적으로 규명하고 외국인들이 왜 한류를 좋아하는지, 한류의 어느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 문화적 동질감은 무엇인지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해볼 생각입니다.”

박 회장은 “한류가 우리 산업과 경제에 끼친 영향에 대한 본격 연구 자료가 없다”며 “K팝과 드라마 등이 자동차·정보기술(IT)·화장품·식품 등의 수출에 끼친 영향과 성과도 분석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류학회는 앞으로 주요 한류 기업들이 이룬 성과와 원인에 대해서도 심층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일본이나 홍콩 등에서 부는 반(反)한류, 혐(嫌)한류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규명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한류에 대한 단순한 반발인지, 뿌리 깊은 거부감인지 알아야 대응책도 나올 테니까요.”

사회발전론을 전공한 사회학자인 그가 학회를 창립한 동기는 고려대에 유학온 외국 학생들이었다. 예전에는 외국인 학생이라야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인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영국 덴마크 등 유럽 학생들이 급증했다.

“덴마크에서 유학온 대학원생에게 한국으로 공부하러 온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 한국이 좋아서’라고 하더군요. 취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에 매료돼 한국을 알고 싶어 왔다는 겁니다. 사회학자로서 이런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학회를 통해 한류에 관심 있는 학자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 현장의 전문가들이 소통·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세계한류학회에는 장원호 서울시립대 교수, 주천기 가톨릭의대 교수, 최창용 KDI국제정책대학원교수, 이해영 이화여대 교수, 해외 한국어 교육센터인 세종학당의 송향근 이사장,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 등과 니심 오트마진 이스라엘 히브루대 교수, 밀리 크레이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등 국내외 학자, 전문가 등 70여명이 창립 멤버로 참여한다. 미국 일본 캐나다 대만 이스라엘 스웨덴 인도네시아 등 8개 해외 지부도 설립했으며 호주 스위스 등으로 지부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