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영업정지 직전 회삿돈을 횡령하고 수천억원대의 부실 대출을 한 후 밀항을 시도하다 붙잡힌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7·사진)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옥중에서도 차명 소유했던 골프장을 되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부장판사 염기창)는 25일 김 회장에게 은행 돈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부실 대출로 회사와 은행 예금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예금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해야 하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은행을 사금고 다루듯 했다”며 김 회장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잘못된 경영철학으로 은행을 영업정지에 이르게 한데다 영업정지 직전 중국 밀항까지 시도했다”며 “범죄 규모와 방법, 저축은행 직원과 예금 고객의 피해, 국민경제에 부담을 끼친 점 등을 고려할 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충남 아산의 골프장인 아름다운CC를 인수하기 위해 25명의 차주 명의로 3800억원을 불법 대출해줘 은행에 170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지난해엔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조치를 앞두고 밀항하기 직전 은행이 보유한 266억원 상당의 대기업 주식과 법인 자금 203억여원을 임의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그는 수감 중에도 골프장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옥중에서 변호인을 통해 본인이 아름다운CC의 운영사인 K사의 대주주라며 골프장 매각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인과 친동생을 K사의 대표이사로 등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보는 이 골프장을 매각해 미래저축은행의 부실을 메우는 데 투입한 자금의 일부를 회수할 계획이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