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매니지먼트 회장(사진)이 글로벌 환율전쟁 가능성을 예고했다.

소로스 회장은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CNBC와 인터뷰를 갖고 “나라별로 재정적자의 늪을 벗어나려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환율전쟁이 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로존의 재정적자 해결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긴축정책을 고집하면서 재정적자를 벗어나려는 독일 때문에 유로 가치가 상승하고, 이것이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소로스 회장은 “독일만 다른 나라와 달리 처방전을 내리고 있다”며 “일본도 적극적으로 양적완화에 동참하면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로존은 양적완화에 동참하지 않아 유로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더 커졌다”면서 “이는 독일을 잠재적으로 경기 침체나 성장세 둔화 국면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로존이 당장은 위기를 넘겼지만 독일이 유로존의 패권을 쥐고 있는 한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은 열세에 놓이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주도한 양적 완화는 적절한 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현재 FRB는 실업률이 6.5%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매월 450억달러 모기지 채권과 400억달러 국채를 사들이기로 하는 등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소로스는 FRB가 양방향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FRB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우선이고, 경기가 좋아지면 즉시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해 경제회복 기조를 막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로스는 “경기가 살아나면 금리는 따라 올라간다”며 “미국 경제에 확실한 회복 신호가 나타나면 올해안에 금리가 인상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소로스 회장은 환율 전쟁의 승부사다. 무시무시한 환 투기를 통해 거액을 벌어들인 뒤 자선사업에 퍼붓기로 유명하다.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것도 1992년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과 벌인 환 전쟁 때였다. 당시 영란은행은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파운드화 가치는 20%나 폭락했고, 소로스는 2주일만에 10억달러를 벌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