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대 연구팀이 유도만능줄기(iPS) 세포로 신장의 조직 일부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신부전이나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공투석을 받는 환자들이 재생의료기술을 통해 회복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23일 “오사후네 겐지(長船健二) 교수가 이끄는 교토대 연구팀이 iPS세포 기술을 활용, 환자 본인의 체세포로 신장의 세뇨관 일부를 만들어내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실험 결과는 지난 22일 영국 과학잡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인터넷판에 실렸다. 오사후네 교수는 “이번에 만든 세뇨관이 확실히 제 역할을 하는지 조사한 다음 신장 이외의 다른 조직도 생성해 환자에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PS세포는 피부나 심장 등 특정세포로 완전히 다 자란 세포의 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려 만든 줄기세포다. 예컨대 성숙한 일반세포를 각종 장기로 분화되기 이전의 단계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세포를 ‘타임머신’에 태워 과거로 보내는 기술인 셈이다. 난자나 배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줄기세포의 약점으로 꼽히던 종교·윤리 논쟁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존 거든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는 이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동안 일본 등에서 iPS세포 기술을 통해 심근 세포와 망막 등을 만든 경우는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복잡한 기능을 가진 신장을 생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장은 체액에 포함된 노폐물을 걸러내 소변으로 만드는 장기다. 수많은 조직으로 이뤄져 있어 일단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렵다. 일본에서 신장기능 손상으로 인공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30만여명에 달한다.

도쿄=안재석 특파원/이준혁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