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책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경제는 물론 고용 복지 교육 등 주요 정책 전반의 ‘조율사’ 역할을 하는 막강한 자리였다. 그런 정책실이 21일 발표된 청와대 조직개편에서 사라졌다. 노무현 정부 때 신설된 지 10년 만이다. 경제부총리제 부활과 ‘책임장관제’를 실현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정책실이 폐지되면서 경제수석과 고용·복지수석, 교육·문화수석실의 기능과 권한도 상당히 약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책실 폐지와 산하 수석실 기능 약화에 따른 조정 기능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책 조율 문제 없을까

정책실 폐지로 대통령은 정책 이슈가 생길 때 내각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해갈 것으로 보인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과거 정책실장이나 경제수석 등이 현안이 생기면 직접 관련 부처 실국장들을 불러 보고를 듣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이런 옥상옥의 의사결정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했다. 장관이 정책을 펴고 그 결과에도 책임지도록 하고, 비서실은 행정부가 놓치는 일을 챙기는 등 후선 업무에만 주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 수석실은 대통령의 보좌 기능에만 주력하고 정책 수립에 개입하거나 간섭하는 일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시각도 있다. 청와대 정책실 한 관계자는 “갈수록 경제부처 업무와 사회부처 업무 간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어 복잡다기하고 중첩되는 영역을 제대로 조율하는 데 정책실 역할이 중요하다”며 “부처 간 갈등이 빚어질 경우 부총리에게 맡겨놓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부총리가 제 역할을 못할 경우 결국 대통령이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때 정책실의 보좌와 조율 기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힘 실리는 경제부총리

청와대 수석실 기능이 약화되면서 이번에 정부조직 개편에서 부활되는 경제부총리직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 주변에서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상징형’ 총리보다 실질적인 권한을 경제부총리에게 부여하는 ‘실세형‘ 부총리 체제로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과거 박 전 대통령도 1961년 집권 이후 재무부와 기획처, 부흥부를 경제기획원으로 통합한 데 이어 1963년 경제기획원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해 경제 분야의 전권을 맡겼다. 당시 장기영·김학렬·남덕우 부총리 등은 ‘경제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반면 총리는 명망가 중심으로 낙점했다.

박 당선인이 최근 정부조직개편안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경제부총리를 겸하게 한 것과 비슷하다. 경제정책 조정권과 예산권을 가진 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경제 분야 전체의 컨트롤타워(사령탑) 역할을 하라는 주문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경제부총리는 부활이 예상되는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11개 경제관련 부처 장관을 진두지휘하면서 경제 정책 전반을 조율하고 이끄는 조타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