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전문가의 부동산 시장 진단·긴급 제언 "양도세 감면해줘도 당장 재정부담 없어"
전직 국토해양부(옛 건설교통부) 고위 관료들이 외환위기 때 도입했던 ‘양도세 한시감면’까지 들고 나온 것은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근 주택거래 감소 현황을 보면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비상상황’인데 정부가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거래공백 심화되는 주택시장

취득세 감면혜택이 작년 말로 종료되면서 1월 아파트 거래량이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64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6건도 안된다. 이런 추세라면 1월 전체 거래량은 1000건을 밑돌아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도별로 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작년 한 해 전국 주택 거래량은 100만4006가구(국토부 통계)로 조사됐다. 이는 2006년(149만4935가구)보다 33% 감소한 수치다. 서울지역은 2006년 32만3392가구에서 작년에는 11만2094가구로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정책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택거래 급감 현상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거래 감소는 집값 하락과 깡통주택(대출·전세금 총액이 집값보다 많은 집), 하우스푸어(내집 빈곤층), 미분양 누적 등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거래공백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 인구 감소에 따른 구매수요층 감소 등이 맞물린 ‘구조적 복합불황’의 성격이 짙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취득세 감면연장 정도의 미온적 대책으로는 주택거래 회복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도세 감면, 적용 대상 확대해야”

갈수록 심각해지는 거래 부진과 집값 하락을 막는 데는 ‘양도세 감면’ 카드가 최적이라고 주장했다. 취득세 감면과 달리 정부의 재정부담이 작은 데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주택매수세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취득세는 지방세여서 감면 조치를 하면 지자체의 반발이 뒤따르고, 결국은 세수감소분을 보전해줘야 한다. 주택취득세 1년 감면을 시행하려면 2조9000억원의 보전비용이 들어갈 것이란 게 정부의 예측이다. 정부는 작년 감면분과 전년 미보전액을 포함해 1조원가량을 지자체에 지원해줬다. 하지만 올해는 예산 반영이 안 된 상태여서 감면조치 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취득세보다는 양도세 감면을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도세 감면을 무리없이 도입하기 위해서는 다주택자들을 투기꾼이 아닌 ‘건전한 주택투자자나 임대사업자’로 봐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도세 감면이 ‘부자 감세’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주택시장에서 튼실한 매수세로 정착해야 거래시장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외환위기 당시 양도세 감면을 운용해봤기 때문에 이번에 도입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최종찬 전 장관은 “올 연말까지 구입하는 기존 주택과 미분양 주택, 신규분양 주택 등 모든 주택의 양도세를 면제해주고 차익에 대해 비과세하는 정책을 검토해 볼 만하다”며 “아무래도 여유계층이 단기간에 주택구매에 나서게 하려면 ‘양도세 한시감면’ 정도의 인센티브는 있어야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와 신규분양 아파트를 구입할 때만 양도소득세를 면제했다. 그러나 최 전 장관은 “올해는 ‘기존주택까지를 포함한 양도소득세 감면’으로 그 대상을 확대해야 거래회복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차관도 “집값이 안 올라 어차피 거둘 양도세도 거의 없다”며 “양도세 감면은 취득세와 달리 지자체와의 충돌도 일으키지 않는다”고 확대 도입에 찬성했다.

김진수/안정락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