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나 씨 장편 '정크' 출간 "에이즈 검사 받아가며 동성애자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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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잃은 스무 살의 이야기 《제리》로 2010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던 소설가 김혜나 씨(사진)는 남다른 20대 시절을 보냈다.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그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게 싫었다.
20대 초반을 방황하며 보내던 그는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신춘문예의 문턱에서 계속 좌절했다. ‘이렇게 간절하게 노력해도 안 되는 건가’라는 마음에 우울증도 앓았다.
그가 3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작품인 장편소설 《정크》(민음사)는 20대 중반 자신의 모습에서 출발했다. 다소 상투적인 이야기일 것 같지만 그는 동성애라는 다소 충격적인 소재로 독자들에게 ‘돌직구’를 던진다.
소설의 주인공 성재는 동성애자이자 첩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1주일에 두 번 집에 찾아오면서도 성재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성재는 그런 아버지가 싫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어머니도 싫다. 그는 마약과 동성애 연인인 민수 형에 의존하며 답답하게 살아간다. 현실을 부수고 싶지만 마음속으로 아무리 부숴봐도 깨지는 건 자신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음 한편에 자리한 ‘생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메이크업 전문가 자격을 얻고 백화점에 아티스트로 취업해 살아가는 게 그의 소박한 꿈이다.
동성애라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위기의 사회에서 이 같은 소설을 쓴다는 건 분명 용기 있는 시도다. 굳이 동성애를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 그는 “꼭 동성애자 이야기가 아니라 한 인간의 꿈과 절망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성애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택하게 됐고요. 작가에겐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을 말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욕망이 있잖아요. 인간은 불편한 걸 보지 않으려 한다는 걸 알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그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꺼내서 공유할수록 사람들의 절망을 위로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는 성적 소수자들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마약 흡입 장면이나 성애 묘사도 피하지 않는다. 사회가 집단적으로 외면하고 싶어하는 부분을 발로 뛰며 취재한 흔적이 선명하다. 기존의 소설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동성애자를 인터뷰하고 보건소에서 에이즈 검사를 받아보며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극장에도 수시로 드나들었다. 이를 통해 확보한 ‘디테일’이 독자에게 거부감 대신 몰입감을 준다.
죽음 문턱까지 갔던 성재는 결국 다시 살기로 마음먹고 내면의 결핍과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찾아간다. 작가 자신이 방황에서 빠져나와 꿈을 이룬 것과 겹친다. 그래서 그는 이번 작품에 유난히 애착이 간다고 했다.
“두 번째 작품을 내고 나니 이제 진짜 소설가라는 게 실감나요. 진짜 내 책이구나 싶고…. 감격스러운 만큼 작가로서의 사명감도 더 커집니다. 앞으로 한두 작품 정도는 소외된 20대를 더 보여주고 싶어요. 진실로 타인과 소통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20대 초반을 방황하며 보내던 그는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신춘문예의 문턱에서 계속 좌절했다. ‘이렇게 간절하게 노력해도 안 되는 건가’라는 마음에 우울증도 앓았다.
그가 3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작품인 장편소설 《정크》(민음사)는 20대 중반 자신의 모습에서 출발했다. 다소 상투적인 이야기일 것 같지만 그는 동성애라는 다소 충격적인 소재로 독자들에게 ‘돌직구’를 던진다.
소설의 주인공 성재는 동성애자이자 첩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1주일에 두 번 집에 찾아오면서도 성재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성재는 그런 아버지가 싫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어머니도 싫다. 그는 마약과 동성애 연인인 민수 형에 의존하며 답답하게 살아간다. 현실을 부수고 싶지만 마음속으로 아무리 부숴봐도 깨지는 건 자신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음 한편에 자리한 ‘생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메이크업 전문가 자격을 얻고 백화점에 아티스트로 취업해 살아가는 게 그의 소박한 꿈이다.
동성애라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위기의 사회에서 이 같은 소설을 쓴다는 건 분명 용기 있는 시도다. 굳이 동성애를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 그는 “꼭 동성애자 이야기가 아니라 한 인간의 꿈과 절망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성애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택하게 됐고요. 작가에겐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을 말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욕망이 있잖아요. 인간은 불편한 걸 보지 않으려 한다는 걸 알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그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꺼내서 공유할수록 사람들의 절망을 위로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는 성적 소수자들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마약 흡입 장면이나 성애 묘사도 피하지 않는다. 사회가 집단적으로 외면하고 싶어하는 부분을 발로 뛰며 취재한 흔적이 선명하다. 기존의 소설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동성애자를 인터뷰하고 보건소에서 에이즈 검사를 받아보며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극장에도 수시로 드나들었다. 이를 통해 확보한 ‘디테일’이 독자에게 거부감 대신 몰입감을 준다.
죽음 문턱까지 갔던 성재는 결국 다시 살기로 마음먹고 내면의 결핍과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찾아간다. 작가 자신이 방황에서 빠져나와 꿈을 이룬 것과 겹친다. 그래서 그는 이번 작품에 유난히 애착이 간다고 했다.
“두 번째 작품을 내고 나니 이제 진짜 소설가라는 게 실감나요. 진짜 내 책이구나 싶고…. 감격스러운 만큼 작가로서의 사명감도 더 커집니다. 앞으로 한두 작품 정도는 소외된 20대를 더 보여주고 싶어요. 진실로 타인과 소통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