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17일 마련한 ‘최고경영자(CEO) 무역현장 위기대응포럼’은 환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들의 성토 자리였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주재로 이날 대치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은 최근 ‘원고·엔저’의 고통을 호소하면서 “중소기업의 생존 차원에서 정부의 환율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일본 수출 중소기업 대표는 “원화 절상에다 엔저까지 겹쳐 수익률이 20% 이상 낮아졌다”며 “환헤지 등 선제 대응을 하고 싶어도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대표는 “가격이 1%만 차이가 나도 수주 여부가 갈리는 업종의 특성상 환율 문제가 지속되면 경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줘야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환율 대응책이 부족한 영세 수출기업들이 환율 하락으로 기존 계약에서 환차손을 보고 있으며, 향후 수주 물량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미국의 양적완화 영향으로 하락을 계속해 지난해 10월 달러당 1100원 선이 붕괴된 이후 3개월 동안 40원 가까이 하락, 현재 달러당 1060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규모 국채 발행과 엔화 약세를 기조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들고 나오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참석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올해 수출환경 전망과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극복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원산지 증명서 발급 시간 문제, 물류·인건비 상승 등의 애로사항도 나왔다. 한덕수 무협 회장은 “우리 기업의 글로벌시장 공략을 적극 지원해 세계 경제 불황과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겠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