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37년째 플라스틱 포장용기를 제조하고 있는 동광의 조용섭 사장(46)과 정진형 부사장(42)은 대를 이어 ‘동업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조 사장은 “창업주 두 분이 40년 가까이 이어온 ‘동업 정신’을 잘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도 “두 분이 국민 먹거리인 두부를 담는 용기를 오랫동안 만들어왔던 기업가 정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조 사장의 아버지인 조면희 전 사장(76)과 정 부사장의 아버지인 정관모 전 사장(75)은 1976년 경기도 안산의 조그만 가정집 2층에서 동광을 세워 주로 포장용기와 식품 첨가물을 판매했다. 두부류에 들어가는 식품 첨가물을 판매하던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두부류 포장 분야로 관심을 키웠다. 198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순두부용 포장튜브에 쓰이는 트레이 필름을 자체 생산하며 일본 제품이 점유해 왔던 순두부 튜브를 국산용기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동광은 이듬해 3월 안산 반월공단에 자체 공장을 준공해 포장용기 생산을 본격화했다.

형제보다 끈끈한 두 창업주의 관계를 지켜보며 성장한 조 사장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1996년 동광에 입사했다. 영업부 계장으로 시작해 17년간 영업 및 디자인 분야를 담당했다. 극동건설에 다니던 정 부사장 역시 같은 이유로 2000년 사직서를 던지고 아버지 회사에 합류했다.

2세 동업 경영인들은 아버지들의 경영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외향적인 조 사장과 달리 정 부사장은 내성적이지만 꼼꼼했다. 다툴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때 두 사람은 부친들이 오랫동안 지켜왔던 해법을 따랐다. 의견 차이가 클 땐 서로 감정을 삭히고 잠시 지켜보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논의하는 방식이다.

정 부사장은 “창업주 두 분이 시간을 갖고 논의하고 맞추는 방식을 지켰던 덕분에 의사결정은 느렸지만 그만큼 상대 의견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해보면서 오판을 줄여왔던 점은 지금도 배울 만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30억원대에 머물던 회사 매출은 2세 공동경영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눈에 띄게 상승했다. 2010년 40억원에서 2011년 76억원, 지난해 90억원의 매출을 돌파했다. 두 공동대표가 수십 번의 논의 끝에 결정한 공정설비 수직계열화 덕분이다. 주력 제품인 트레이(플라스틱 용기)와 필름(용기 덮개)의 원단압출부터 진공성형, 제품 출하까지 일관 생산 방식을 갖춘 것이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15% 이상 높였다. 조 사장은 “창업주들의 네트워킹 바탕에 우리들의 아이디어를 보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자체 평가했다.

안산=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