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밀가루값 상승으로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뛰고 있지만 대표 식품 중 하나인 라면의 경우 원가 인상 요인이 0.9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식품 값이 연쇄적으로 들썩거릴 조짐을 보이자 소비자단체가 내놓은 원가 분석 자료다.

14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최근 밀가루값 인상으로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 요인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해 발표했다. 기준은 지난해 12월 동아원이 발표한 밀가루값 인상률(평균 8.2%). 식빵의 경우 원가의 28.1%를 차지하는 밀가루값이 6.2%(강력분 기준) 오르면서 1.76%의 가격 인상 요인이 생겼다. 1590원짜리 식빵이라면 28원 오른 1618원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라면은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폭이 더 작았다. 라면 원가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9.8%. 강력분보다 끈기가 적은 중력분(인상률 9.3%)을 주로 쓰는데 이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은 0.92%로 나타났다. 700원짜리 라면 한 봉지의 경우 6.4원을 올리면 된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자장면 한 그릇(5000원)의 인상 요인도 23.3원에 그쳤다.

최은미 물가감시센터 팀장은 “식품업체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지만 실제 인상 요인은 미미하다”며 “더 큰 문제는 밀가루값이 떨어질 때 가공식품 값이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1년 이후 2년간 소비자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 라면과 식빵, 스낵과자의 가격 상승률은 밀가루를 웃돌았다.

식품업체들은 오랫동안 억누른 가격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국제 곡물가가 급등하면서 투입 원가가 높아졌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의 고삐를 죄고 있어 소비자가격에 충분히 반영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라면과 스낵 등 주요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이 번지자 업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 직접 압박을 가하기보다는 민간의 힘을 빌려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원가분석팀을 올해 물가감시센터로 확대 재편한 것도 이를 위해서다. 최 팀장은 “고추장을 비롯한 장류 등 다양한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원가 분석 결과를 머지않아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