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물집 - 박후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매끄러운 배롱나무 껍질 어루만지다가 보드라운 당신 생각이 났나 봅니다. 붓고 멍든 당신을 만질 때 제 마음도 접질렸던 건 당연했습니다. 아프지 말라, 등에 그대 얼굴 업고 다니던 날이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물집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나도 몰래 아끼게 되는, 혹여 터질까 어루만지게 되는…. 그러나 시간이 흘러, 물집이 터지고 굳은살이 박이는 날도 기어코 옵니다.
이제는 단단해진 자리를 만지며 이곳에 여린 물집 있었음을 기억해 봅니다. 비록 흔적 없지만 알고 있습니다. 이곳의 물집은 물감 아래 남은 밑그림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그 안에 들었던 물도 모두 피부에 스며 있다는 걸. 그렇게 나를 구성하고 있다는 걸.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