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소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이행 여부를 따져 업체별 점수를 매기기로 했다고 한다. 또 이 채점 결과를 각종 프로젝트의 사업자 선정 때 주요 평가항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CSR에 의한 일종의 차등규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빨간펜을 들고 기업들을 평가하도록 아예 법을 개정할 것을 중앙정부에 건의할 모양이다. 할 일도 많고 오지랖도 너무 넓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기업들이 무분별한 이윤추구로 사회·경제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 행위별로 점수를 매기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와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혼동하는 데서 나온 잘못된 주장이다.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세금을 내며, 가계에 소득을 제공하는 것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한 결과물이지 목표가 아니다. 그 어떤 것도 기업의 이윤추구와 동렬에 놓이거나 우선할 수는 없다. 합법의 틀 안에서 최고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활동의 본질이다. 바로 그 기업 활동을 통해 우리는 오늘의 이 풍요로운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전자 등 문명의 이기라는 것도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활동 속에서 생산되어 나온 것들이다.

기업에 사회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요구하고, 발주자라는 우월적 지위까지 이용하는 것은 행정 권력의 남용에 불과하다. 그 결과가 규제의 양산이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하는 ‘규제 자유도’에서 한국은 3년 연속 추락하며 작년에는 117위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들의 해외이전이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줄고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 운운하는 행정규제는 서울시가 작심하고 기업하기 어려운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치적 활동을 그럴싸하게 전개하는 사이비 기업에 상을 주겠다는 것이니 이런 우스꽝스런 일도 없다.

서울시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한 지방정부라는 특이한 타이틀을 갖게 될지 모르겠다. 기업은 이윤추구에 몰입해선 안된다는 서울시는 뭘 어쩌자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