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고무와 합성수지 등에 집중돼 있는 주력 사업에 에너지를 추가하려 합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은 “올해 열병합발전과 관련한 투자 300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며 “에너지 부문에서 나온 수익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의 의미는 특별하다고 했다. 지난달 금호석유화학이 3년 만에 채권은행 공동관리절차(자율협약)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기자와 만나 신규 투자 계획 등 사업 구상을 들려줬다.

2009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뒤 금호석유화학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돌파구를 찾으며 자율협약 졸업을 준비해왔다.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고, 지난해에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선방’했다.

박 회장은 “합성고무 시장도 정체 상태”라며 “경기가 빠른 시일 내 회복되진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올해 목표를 공격적으로 잡았다. “경기 침체에 업황이 좋지 않아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도의 3분의 1 수준이었다”며 “어려운 가운데서도 올해는 매출 5조5천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 등 기존 원료 외에 대체 원료를 개발하는 방식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은 에너지사업 확장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열병합발전소인 여수제2에너지에 시간당 400의 스팀을 생산하는 보일러 2기, 시간당 145㎿급 발전기 1기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열병합발전으로 생산한 스팀은 금호석유화학과 계열사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에 사용하고 전기는 전력거래소에 판다”며 “아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수준이지만 내실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제조 공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충당,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어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얘기다.

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등 자회사도 경영정상화에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석유화학 자회사들의 이익을 많이 내 어려운 시기에 버팀목이 됐다”며 “여수의 항만운영사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계열사인 금호항만운영이 시공한 낙포석탄부두를 올 7월 완공할 예정이다. 1400억원을 투입한 이 부두는 열병합발전소의 주원료인 유연탄의 하역과 이송, 보관과 운송이 이뤄지는 전담 물류기지 기능을 하게 된다. 박 회장은 “광양을 거쳐 여수로 와 번거롭던 하역 단계가 줄어 매년 수십억원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계열 분리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았다. 박 회장은 형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완전한 계열 분리를 위해 지난해 금호산업, 금호타이어를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제외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법에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뒤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이 계열 분리 요건을 맞추려면 아시아나항공 지분(12.61%)을 해소해야 하는데 주가가 너무 떨어진 상태라 손해보면서 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