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절벽 협상 타결과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올해 국내 증시의 상승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들이 많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풀고 있는 풍부한 유동성이 한국 증시로 유입될 것이란 점도 낙관적인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문제는 같은 국내 주식형 펀드라도 펀드별로 수익률이 들쭉날쭉해 투자할 만한 펀드를 고르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점이다. 새해를 맞아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려는 펀드 투자자를 위해 펀드 애널리스트들이 국내 주식형 펀드 선별 요령을 조언했다.

◆장단기 성과를 같이 봐야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는 주가 상승 시 자금 유출, 하락 시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올해도 이 같은 패턴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펀드의 자금 수급을 보면 주로 단기 성과가 양호한 펀드로 자금이 쏠렸다. 전문가들은 특정한 해에 성과가 돋보였던 펀드가 이듬해엔 부진을 겪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펀드를 고를 땐 장단기 성과를 균형있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최근 3년간 누적수익률(10일 기준)이 좋은 펀드 20개 중 1년 성과가 좋은 10개 펀드를 추려보니 ‘ING중국내수수혜국내증권자1’이 1위를 차지했다. 이 펀드의 최근 3년 누적수익률은 61.92%, 1년 수익률은 28.18%다. ‘한국밸류10년투자1’도 각각 45.13%, 24.62%의 수익률을 올려 장단기 성과 모두 양호한 펀드로 꼽혔다. 이 밖에 ‘삼성중소형FOCUS1’ ‘미래에셋코리아컨슈머자1’ ‘KB밸류포커스자’ ‘교보악사위대한중소형밸류1’도 상위권에 올랐다.

◆매니저 장기 운용 펀드 주목을


802개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일등과 꼴찌펀드 간 지난해 수익률 격차는 39%포인트에 달했다. 지수가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면서 개별 종목 간 주가 차별화가 심하다 보니 매니저의 종목 선정 역량이 펀드 성과를 좌우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기조 속에서 갈수록 펀드 간 수익률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성과가 검증된 매니저가 장기 운용하는 펀드에 관심을 둘 것을 권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선전했던 펀드들의 공통점도 매니저가 장기간 운용한 대표 펀드들”이라고 분석했다. 배 연구위원은 “자산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무조건적인 장기 투자가 답은 아니다”며 “종목 선택 및 업종 비중 조절 등을 통해 꾸준히 시장 대비 성과가 양호했던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밸류10년투자’ ‘삼성중소형FOCUS1’ ‘KB밸류포커스’ ‘신영밸류고배당증권’ ‘트러스톤칭기스칸’ 등을 이런 펀드로 꼽았다.

◆펀드애널리스트가 꼽은 유망 펀드는

증권사 펀드애널리스트들은 올해도 국내 주식형 펀드가 유망하다며 코스피지수가 2000 아래로 내려가 조정을 받을 때 점진적으로 비중을 늘리라는 조언했다. 김혜경 하나대투증권 상품전략팀 차장은 “상반기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긴축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 장세를 고려해 방어적 성격의 자산배분형과 가치형, 배당형 펀드에 투자하고 하반기엔 경기 회복세 등을 감안해 성장형과 중소형주 펀드 비중을 늘릴 것”을 권했다.

펀드애널리스트들은 또 지난해와 달리 경기민감주를 담고 있는 성장형펀드의 선전을 예상했다. 저성장 탈피를 위한 성장동력 확보, 정부의 정책적 지원, 글로벌 경쟁력의 상대적 우위, 신흥국 성장 수혜, 중국 소비시장 성장 관련 테마를 가진 종목을 주로 보유한 펀드에 선별 투자할 것을 권했다. 이 밖에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도 올해의 유망 펀드로 추천했다. 개별 펀드로는 ‘교보악사파워인덱스’와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 등이 꼽혔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