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집계하는 ‘엉터리’ 프로그램 매매 현황 탓에 파생상품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거래소가 매일 발표하는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액이 전날 급감했다. 매수차익 잔액에서 매도차익 잔액을 뺀 순매수차익 잔액이 6조1249억원에서 5조5695억원으로 5554억원이나 줄었다. 실제 청산된 금액은 1192억원인데 이보다 5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 사라졌다고 거래소는 발표했다. 4362억원어치의 프로그램 매매는 ‘허수’였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매매 내역은 증권사가 거래소에 일일이 보고해 집계된다. 증권사는 투자자에 프로그램 매매 시 차익과 비차익을 구분해 줄 것을 요청하지만 구분이 잘 안 되거나 중복으로 집계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거래소가 집계한 숫자와 실제 프로그램 차익매매 금액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거래소는 수시로 증권사에 그 차이만큼을 수정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오류를 정정한다.

문제는 이 같은 정정이 지난 10일 옵션만기일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옵션 만기 직전까지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매수차익 잔액이 사상 최대치에 이르러 시장에 충격을 줄지 모른다는 경계감을 나타냈다. 2008년 10월 기록한 사상 최대치(6조3206억원)와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숫자에 4000억원 이상의 ‘거품’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자 시장 전문가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대 수준의 매수차익 잔액은 뻥튀기였다는 게 드러났고 위기론은 과장됐었다”며 허탈해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수치 오류를 수시로 정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7일 발생한 15조원대 지수선물 주문 사고는 거래소의 허술한 비상주문 프로그램도 한몫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주문 프로그램은 서버 다운이나 주문전용선에 문제가 생겼을 때 증권사가 활용할 수 있게 설계됐지만 대량 주문에는 대응이 안 됐기 때문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