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출보다 더 높아져 "금융위 판매자제 지도 탓"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금융권의 ‘메가 히트’ 상품이었던 적격대출 금리를 연말·연초에 기습 인상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작년 12월 초 10년 만기 비거치식 적격대출을 연 4.04% 수준에 내줬는데, 이달 들어 연 4.29%로 0.25%포인트 올렸다.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유동화하지 않는 일반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이 기간에 금리를 0.1%포인트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금리 역전에 대해 A은행 관계자는 “금융위 등 금융감독 당국에서 적격대출이 덜 팔리도록 금리를 조정하라고 지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융위가 적격대출 판매 자제를 시중은행에 요구한 이유는 “적격대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이르면 올 하반기 도입할 예정인 커버드본드(CB·우선변제권부채권) 제도와 적격대출이 담보부채권 시장에서 경쟁 관계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택금융공사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 국민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가급적 은행의 신용으로 장기자금을 조달하는 커버드본드가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적격대출 판매 목표를 당초 계획의 3분의 2 수준인 14조원으로 줄였다. 공사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 공사의 재무건전성 관리 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 적격대출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일종. 주택금융공사에서 은행이 확보한 대출 채권을 모아 모기지담보부증권(MBS)으로 유동화하기 좋게 설계한 상품이다. 2주택 이하 보유자가 9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신청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LTV)을 70%까지 적용한다. 대출 한도는 5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