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남들도 나처럼 생각하겠지?…잡스도 속았다…'거짓동의 효과'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영학 카페

    "어차피 리더 뜻대로 할텐데…"…반대 의견 감추고 적당한 동조
    새로운 일 추진할 땐 '제 3자' 목소리 찾아 들어야
    대통령 선거라는 큰 회오리가 지나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선거 전부터 당연히 승리를 점쳤던 사람들이 예상과 다른 결과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들은 왜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그토록 승리를 자신한 것일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 사람들이 많다.

    1972년 미국에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뉴요커’ 잡지의 영화평론가인 폴린 케일은 이렇게 불평했다. “믿을 수 없어. 내 주위에는 그 사람을 찍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 선거가 끝나고 나서 쉽게 패배를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들, 특히 케일처럼 생각한 사람들은 ‘거짓동의효과(false consensus effect)’에 속았던 것이다.

    거짓동의효과란 ‘자신의 의견이나 선호, 신념, 행동이 실제보다 더 보편적이라고 착각하는 자기중심성을 나타내는 개념’이라고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설명한다. 이 개념을 처음 개발한 리 로스 교수는 동료교수들과 함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샌드위치광고판 실험’으로 알려진 이 실험에서 로스 교수는 학생들에게 우습게 만들어진 광고판을 걸치고 30분간 교정을 돌아다닐 수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본인의 수락 여부에 관계없이 얼마나 많은 다른 사람들이 수락할 것인지 예측하도록 요청했다. 광고판을 걸고 돌아다닐 수 있다고 답한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도 약 62%가 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안 하겠다고 답한 학생들은 다른 평균 33%만 수락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어떤 이유로 실험을 수락하고, 거부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도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사람들은 왜 거짓동의효과에 빠질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자존감이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하려면 자신의 생각을 지지해 주는 사람이 많아야 자신 있게 일을 할 수 있다. 주변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면 아마도 정신적으로 힘들게 될 것이다. 따라서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을 자신의 지지자로 믿고 싶은 마음이 거짓동의효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업의 리더들은 거짓동의효과에 빠지기 쉽다. 대표적인 인물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다. 애플을 세우고 CEO가 된 스티브 잡스가 가장 좋아했던 제품은 자신이 직접 개발한 매킨토시 컴퓨터였다. 당시 경쟁제품인 IBM 호환기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성능을 가진 매킨토시의 문제는 가격이었다.

    성능이 뛰어난 것은 틀림없지만, 경쟁제품보다 몇 배나 비싼 제품이 시장에서 환영받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잡스는 자신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며 가격을 낮추자는 부하직원을 용서하지 않았다. ‘최고의 제품은 최고의 가격에 잘 팔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매킨토시는 생각대로 팔리지 않았고, 결국 잡스는 애플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잡스는 애플을 떠나고 나서도 자신이 거짓동의효과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애플을 떠나자마자 넥스트라는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 넥스트는 매킨토시보다 더 좋은 성능을 가진 컴퓨터였다. 당연히 가격도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잡스는 이런 컴퓨터라면 잘 팔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너무 높아진 가격은 개인용보다는 기업용 서버급 시장을 목표로 하면 될 것이라고 믿고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넥스트마저도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나중에 쓰러지는 애플을 살리게 되는 잡스에게는 그 쓰라린 경험이 큰 약이 됐다.

    부하직원은 자신의 반대가 나중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 어차피 리더의 뜻대로 진행될 가능성 등을 감안해 굳이 반대의견을 내세우지 않을 수 있다. 지인들의 경우 관계를 감안해 적극적인 반대 대신 적당한 수준의 조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생각과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거짓동의효과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잡스는 자신의 쓰라린 경험 이후에 동양 인문학에 대한 연구를 했고, 중요한 지혜를 배웠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나서 판단하는 것이다. 애플로 복귀하기 이전 잡스의 태도는 ‘안하무인’이었다고 밝히는 서적들이 있었다. 잡스는 복귀한 뒤 반대자들의 의견을 따르지는 않더라도 듣는 태도를 가졌다. 반대자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면, 적어도 이해관계가 걸리지 않은 제3의 전문가 의견은 들어야 한다. 그래야 객관적인 입장에서 좋은 점과 개선할 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ADVERTISEMENT

    1. 1

      전 세계 탄소배출 최고치…'탄소 싱크' 한계 봉착

      [한경ESG] 글로벌 최근 전 세계가 화석연료 사용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 감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은 올해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발표된 제20차 ‘글로벌 탄소예산(Global Carbon Budget)’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화석연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381억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오르는 반면, 이를 흡수하던 바다와 육상의 흡수량은 줄어들고 있어 긴박함이 더해지고 있다. 배출 증가 속도는 2000년대에 비해 둔화됐지만,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 셈이다.글로벌 카본 프로젝트(Global Carbon Project)의 전무이자 호주 CSIRO 기후과학센터의 수석연구원인 펩 카나델(Pep Canadell) 박사는 “재생에너지의 폭발적 성장과 배출 증가세의 점진적 둔화 덕분에 이것이 마냥 부정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매우 씁쓸한(bitter-sweet)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가 매년 발표하는 ‘전 세계 총배출량’ 수치는 전 세계 배출량 감축목표를 판단하는 지표다. 국가별 배출 추세를 보면 미국은 역사적으로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CO₂를 배출해왔고, 현재 연간 배출량 기준으로는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화석연료 배출량은 지난 10년간 매년 평균 1.2%가 줄었지만, 2025년에는 오히려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세계 최대 연간 배출국인 중국은 지난 18개월 동안 배출량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화석연료 배출은 전년 대비 0.4% 증가할 수 있지만, 보고서에서 제시한 범위를 보면 -0.9%에서 2% 사이

    2. 2

      내년부터 ESG 규제 본격화…2026 투자 트렌드는

      [한경ESG] 투자 트렌드올해 금융투자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상승기를 보냈다. 지난 1분기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린 뉴욕 증시와 새 정부의 코스피 5000 시대 공약 이후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국내 증시 등 국내외에서 투자 열기가 상당했다. 투자자들이 주도주를 찾아 헤매는 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잠시 뒷전으로 밀려난 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바람 속에서도 진가를 발휘한 상품이 적지 않았다. 올해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준 상품과 내년도 ESG 투자 전망을 살펴봤다.올해 ESG 수익률 킹은90.92%. 올해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 ESG 상품의 연초 이후 수익률(11월 24일 기준)이다. 수익률 1위 펀드는 KBESG성장리더스로 국내 77개 ESG 관련 펀드 중 가장 우수한 성적을 냈다. 이 펀드는 기업별 ESG 항목 평가를 통해 우수한 평가를 받은 기업에 선별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스타일에 관계없이 ESG 평가 등급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구성하는 게 KB자산운용 설명이다. 실제 국내 대표 ESG 기업인 SK하이닉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양식품, KB금융, 효성중공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NH아문디100년그린코리아펀드도 올해 87.0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ESG 관점을 반영해 국내 주식에 60% 이상 투자한다”며 “ESG 관련 비재무적 요인과 기업가치로 이어지는 재무적 요소(성장성, 수익성, 안정성)를 동시에 고려해 지속가능하며 성장성 있는 기업에 투자, 수익을 추구한다”고 밝혔다.펀드가 보유한 상위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있다. 이나예

    3. 3

      삼성SDI, AI가 촉발한 ‘ESS 투자 붐’ 수혜주

      [한경ESG] ESG 핫 종목-삼성SDI 인공지능(AI) 열풍이 배터리 시장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챗GPT 같은 초거대 AI를 돌리는 데이터센터가 세계 곳곳에 지어지면서 전력 사용량이 폭증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전기를 더 많이 쓰고 싶다고 발전소를 하루아침에 지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전력망용 에너지저장장치(ESS)다. 쉽게 말해 ‘전력망에 붙어 있는 초대형 보조배터리’로, 태양광·풍력으로 만든 전기를 모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역할을 한다.2차전지 강자인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를 넘어 ESS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기업으로 꼽힌다. AI 시대가 촉발한 ‘ESS 투자 붐’의 가장 직접적 수혜주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증권사 리포트도 AI·재생에너지 확산이 전력망 불안을 초래하고 ESS 수요를 촉발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표 수혜주가 바로 삼성SDI다. 선택 아닌 필수가 된 ESS AI 서버는 엄청난 양의 전기를 쓴다. 미국, 유럽, 한국 가릴 것 없이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전기 부족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를 못 내준다”는 말까지 나온다. 동시에 각국 정부와 기업은 RE100(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을 내걸고 태양광·풍력발전을 대폭 늘리고 있다.문제는 재생에너지의 ‘변덕’이다. 해가 지면 태양광발전은 0이 되고, 바람이 약해지면 풍력도 멈춘다. 반대로 한낮에는 전기가 남아돈다. 남을 때는 버리고, 모자랄 땐 화력발전소를 급히 돌려야 하는 구조다. 이 틈을 메우는 장치가 ESS다.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낮에 태양광으로 남는 전기를 ESS에 저장해두었다가 해가 지고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는 시간대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