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아우르는 증권금융 리더로 도약하자.”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은 2013년 경영 화두로 ‘팬 아시아(Pan-Asia) 마켓 리더’를 제시했다. 국내 증시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무대를 아시아로 넓혀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현대증권은 아시아의 증권금융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 리테일, 캐피털마켓(CM) 등 기존에 강점을 보였던 국내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동시에 싱가포르와 홍콩을 중심으로 국제 비즈니스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자산관리영업 원년의 해

현대증권이 올해 내놓은 사업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2013년을 ‘자산관리 영업’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증시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만큼 단순 거래 중개만으로는 리테일 부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증권이 내놓은 타개책은 리테일 부문을 자산관리 영업 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영업 형태로 바뀌면 단순 거래 중개를 할 때보다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출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현대증권이 작년 말 수도권 등 일부 점포를 대형 자산관리 점포인 ‘WMC(Wealth Management Center)’로 전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회사는 리테일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행 전략으로 온·오프라인 채널의 시장 지배력 확대와 상품 및 서비스 경쟁력 강화 등을 꼽았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더 많은 고객과 자산을 유치하기 위해 직원들의 서비스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각종 상품 경쟁력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M 및 IB부문 강화

현대증권은 리테일 사업부문이 자산관리 영업체제로 완벽하게 전환될 때까지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CM 부문에 맡기기로 했다.

현대증권은 이를 위해 국내외 경제 시나리오별 운용 전략을 도입, 보다 안정적인 손익구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운용대상을 해외로 넓혀나가기로 했다.

또 갈수록 복잡해지는 금융기법과 수시로 바뀌는 운용주체의 움직임을 파악해 최적화한 상품과 수익모델을 발굴하고, 개인 역량과 시스템 역량이 조화롭게 구현되는 조직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현대증권은 CM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작년 12월 조직개편을 실시, CM부문 산하 본부와 부서를 기능별로 재편했다. 채권운용·영업본부를 채권·통화·상품(FICC)운용·영업본부로 바꿔 FICC 상품개발 및 판매업무의 시너지를 끌어올리고, 장외파생본부를 에쿼티파생본부로 변경해 에쿼티(주식) 파생 관련 업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투자은행(IB) 부문도 키워나가기로 했다. 기업공개(IPO) 및 회사채 발행 등 기존 IB 업무 외에 기업 인수·합병(M&A)과 대체투자, 사모투자펀드(PEF)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해 IB 부문의 수익기여도를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또 IB 부문도 CM 부문과 마찬가지로 해외 부문의 수익 비중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함께 강구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아시아 리더로 성장하자”

국제영업은 지난해 새로 취임한 윤 사장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문이다. 거래량 감소로 신음하고 있는 국내 상황을 만회할 수 있는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은 것이다.

현대증권은 우선 싱가포르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을 조속히 마무리해 빠르면 3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아시아의 증권금융 리더로 도약한다는 커다란 목표를 세운 만큼 이에 걸맞은 고급 인재도 확보해놓은 상태다.

홍콩 현지법인은 직접전용주문(DMA),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신사업을 벌여 새로운 수익을 창출토록 할 계획이다.

윤 사장은 투자금융본부 등 다른 사업본부도 해외로 투자기회를 넓혀 나가자고 주문했다. 현대증권은 앞서 투자금융본부 산하에 부동산금융부와 부동산투자부를 신설·확대했는데, 이들 부서의 투자처를 해외로 넓히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윤 사장은 현대증권이 아시아의 마켓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선 본사 관리부서가 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을 선도하는 상품과 정책을 제시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내는 동시에 영업 부문의 다양한 요청에 신속하게 답변해 주는 ‘조력자’ 역할도 적극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사장은 “올해의 경영 환경은 유럽 재정위기, 미국 재정절벽 등으로 작년에 못지 않게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2013년 뱀의 해를 맞아 좌우로 방향을 틀지 못하고 앞으로만 밀고 나가는 뱀처럼 목표를 향해 꾸준히 앞만 보고 나가다 보면 대한민국을 넘어 팬 아시아의 마켓 리더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