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에 베팅해 주식을 빌려다 파는 공매도가 최근 다시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전망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만 뛴 종목은 공매도의 타깃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한국거래소와 신영증권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동안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거래대금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종목은 전체의 54.5%인 109개에 이른다.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은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3.17%까지 상승, 지난달 18일 3.22%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았다.

공매도 금액도 증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이후 하루 1000억원을 계속 밑돌다가 이달 2, 3일 1600억원 수준까지 높아졌다. 작년 말 잠시 주춤했던 공매도가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기업 실적 전망이 그리 좋지 않은데 주가가 갑자기 오른 게 공매도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연초에 급등했지만 기업들의 이익 개선 기대감은 크지 않다”며 “그나마도 삼성전자를 빼고 나면 이익 개선 여지는 더 작기 때문에 주가가 갑자기 오른 종목에 공매도가 몰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익 증가 기대감에 비해 주가가 과하게 오른 종목은 언제든 공매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지난달에만 주가가 12.3% 상승한 현대미포조선은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이 점차 높아져 2일 기준 23.2%에 달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 선가 하락 등 대외 여건이 안 좋은데도 주가가 상승하자 공매도 세력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영증권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종목으로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롯데쇼핑 두산 한세실업 이수화학 평화정공 컴투스 등을 제시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차익 실현 매물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조기 종료 우려감 등으로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7.47포인트(0.37%) 내린 2011.94로 마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