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호재에 축포를 터트리며 급등했던 코스피가 감속 페달을 밟았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며 수출주들이 조정을 받고 있다.

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7.72포인트(0.38%) 떨어진 2023.38을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 수출주들이 환율 악재에 급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리는 중이다.

증시 부담으로 작용해왔던 미국 재정절벽 문제가 해결 단계에 이르렀지만 국내 증시에는 이제 '원고(高)·엔저(低)'가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하락세를 지속하다 전날에는 1063.50원으로 15개월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7월 이후 원·달러 환율은 7% 이상 하락했다.

반면 엔화는 원화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초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이에 따라 원·100엔 환율은 지난해 6월 초 1500원대에서 전날 1218.01원대까지 19% 이상 급락했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우려되고 있는 이유는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악화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국내 수출 기업들에게는 악재다.

특히 일본 아베 신정권 집권 이후 이 같은 현상은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해보인다.

박중섭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베노믹스'라 불리는 아베의 경제정책에는 연 2%의 인플레이션 목표, 10조 엔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연간 국채발행 한도 폐지 등 무제한 양적완화가 담겨있어 엔화 약세 흐름은 기조적인 현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엔화 약세에 따른 업종별 영향과 득실을 따져봐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가장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자동차다. 최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주가가 부진한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2000년 이후 현재까지의 원·엔 환율 트렌드에 따른 업종별 민감도를 분석한 결과 엔화 약세 국면에서 가장 수익률이 저조한 업종은 자동차로 나타났다.

박중섭 애널리스트 역시 "자동차가 가격 경쟁력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며 "특히 국내 자동차 업체의 수출경쟁력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달러당 90엔 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자동차 업종 지수에 불리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철강업종과 국내 생산제품을 일본에 수출하는 음식료 업종도 엔화 약세가 악재가 될 것으로 봤다.

반면 정보기술(IT)의 경우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선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다음으로 엔화 약세 국면에서 불리한 업종이 IT였지만, 금융위기 이후 기간을 추가해보면 IT의 엔화에 대한 민감도는 상당히 낮은 순위가 됐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일부 품목들의 경우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일본에서 핵심부품을 수입하는 기계, 건설, 운송, 화학 업종의 경우 엔화 약세 국면에서 오히려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 환율 흐름은 전반적인 증시 수급에는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성준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의 약세가 심화되는 가운데 원화만 과도한 강세를 나타내는 있는 점은 국내자산에 대한 투자매력도를 점차 낮추는 요인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화 환율이 과도하게 급락하면 환차익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약화되면서 외국인의 매수세 유입을 둔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다.

반면 엔화 자금의 국내 유입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박중섭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엔화 가치의 하락은 엔화를 빌려 다른 통화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활발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