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지난 성공 잊어라…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강한 삼성이 새해 화두
도전 멈추지 않고 성장의 길 개척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동참
협력사 도와 국가 경제 활력에 기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새해 근무 첫날인 2일 '강한 삼성'을 2013년 새 경영화두로 꺼내들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던 신경영 선언(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선언) 20년 만에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시장을 지배한다"는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을 강조했다.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 기업들의 힘겨루기가 치열해져 위기의식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신라호텔에서 신년하례식을 갖고 "세계 경제는 올해도 저성장을 벗어나기 힘들 것" 이라며 "삼성의 앞길도 험난하고 버거운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황일수록 기업 경쟁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며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시장을 지켜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강한 삼성이 되기 위해 "지난 날은 잊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도전' '미래를 위한 준비' '협력' 세 가지를 제시했다. 가장 먼저 "도전하고 또 도전해 새로운 성장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며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멀리 보면서 변화의 흐름을 앞서 읽고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삼성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견제는 심해질 것" 이라며 "각 나라별로 인재를 키우고 현지의 문화를 이해해 제 2, 제 3의 삼성을 건설하는 경영 현지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는 준비된 자의 몫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수한 인재를 뽑고 이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라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다양한 인재들이 열린 생각을 하고 막힘 없이 상하좌우로 통하게 된다면 삼성은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나고 혁신의 기품으로 가득찰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갖춰야 할 사회적 책임도 빼놓지 않았다. 이 회장은 "삼성은 국민경제에 힘이 되고 우리 사회에 희망을 줘야 한다" 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협력회사의 경쟁력을 키워 성장을 지원하고 지식과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각계와 자주 소통하고 더 많이 협력해 나갈 때 삼성은 믿음 주는 기업, 사랑받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메시지에는 언제나 변화, 도전, 미래라는 키워드가 담겨있다" 며 "올해엔 경기 불황을 헤쳐가야 한다는 무게감도 실려있다"고 말했다.

이날 신년하례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이 회장의 자녀들이 모두 참석했다.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 등 수뇌부와 서울ㆍ경기지역에 근무하는 임원 등을 포함해 1000여명이 함께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