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 연세대 연구교수에 공개편지

영화 `남영동 1985'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이 공개편지로 사회참여 작품을 외면하는 젊은 층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정 감독은 2일 연세대 국학연구원 홈페이지에서 이하나 연구교수와 주고받은 공개편지를 통해 "젊은이들의 탈정치는 지배 이데올로기가 줄기차게 교육해온 반사회적·비사회참여적 성향"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어느 대학 강의에서 국가 폭력을 고발한 영화 `남영동 1985'가 정치적이라는 주장에 많은 학생이 공감했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라며 "비판의식이 사라지면 창의력이 쇠퇴한다는 것이고 대한민국이 정체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이익이냐, 아니냐'의 선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남영동 1985'를 보며 아픔을 함께하자 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라고 반문했다.

정 감독은 이어 "영화감독은 대중의 마음을 헤아리되 새로운 자극을 줘야 환영받는다"라며 "그 새로운 자극에는 사회참여적 요구도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영동 1985'는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22일간 고문을 받았던 과정을 그린 영화로, 김 의원 1주기를 한 달여 앞둔 11월22일 전국 300여 개 상영관에서 개봉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개봉 보름여 만에 신작들에 밀려 상영관이 80여개로 급속하게 줄어들었고 현재는 5개 관에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정 감독은 흥행 결과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고 공감하도록 하려 했던 제 의도가 잘 먹히지 않은 셈"이라며 "IPTV, 공중파 등 2·3차 매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할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영동 1985', `부러진 화살'을 사랑해준 많은 관객을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의 아픈 구석, 힘든 구석, 감추어진 구석을 찾아 헤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와 정 감독은 지난 9월부터 국학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해 `문화예술과 공공성'을 주제로 공개편지를 주고받고 있으며, 이번 편지는 대중문화 콘텐츠의 공공성에 대한 정 감독의 두 번째 답변이다.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