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활력 제고와 일자리 만들기, 민생 회복 등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좌초됐다. 대통령 선거와 여야 간 정쟁으로 올해 예산안이 법적 시한(12월2일)을 넘겨 12월 마지막 날 처리되면서 주요 경제, 민생법안들이 우선 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31일 국회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해외진출기업 국내복귀법 등 정부가 경제살리기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한 주요 법안들이 해당 상임위에 계류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여야 간 이견으로 보류된 경우도 있지만 국회 일정에 쫓겨 법안 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보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중에는 ‘일자리의 보고’로 불리는 서비스 산업의 육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서비스발전 기본법도 들어 있다. 이 법은 지난해 4월 총선 전에 발의됐으나 선거 일정에 쫓겨 18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폐기됐다. 지난해 6월 19대 국회가 시작하면서 정부가 재발의했으나 여야의 무관심으로 6개월 넘게 상임위에 표류하면서 국회 처리가 무산된 것.

정부 관계자는 “여야 모두 일자리 만들기를 최우선 과제로 한다면서 정작 서비스 관련 창업에 필요한 인력지원, 조세감면 등의 근거를 다루는 법안을 번번이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활력 제고를 목표로 제출한 관광진흥법과 주택법 개정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 법안은 유흥주점을 설치하지 않은 경우 학교 위생정화구역 내에 관광호텔 건축을 허용하고 분양가 상한제의 신축적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지난해 9월과 10월 국회에 제출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부동산 거래활성화를 목표로 정부가 지난해 9월 하반기 경제활력대책의 하나로 발표했지만 입법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국내로 복귀하는 ‘유턴(U-turn)’기업의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해외진출기업 국내복귀법 제정안과 기업회생 절차와 시간을 단축시키고 채권자 간 손실분담을 공평하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통합도산법도 상임위 심사를 넘어서지 못했다. 제조업의 국내 재투자를 촉진시켜 일자리를 늘리고 경기침체로 인한 부실기업 증가에 대비,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법안들이다.

이 밖에 국내 투자은행(IB)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법과 대주주의 사금고화 방지 및 후순위채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안 등 금융 관련 법안들도 국회 정무위 심사에서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1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대로 관련 법안의 제·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사실상 끝난 상황에서 얼마나 정치권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여야 모두 연내 처리를 공언했지만 투자활성화를 위한 핵심 법안의 처리가 대부분 무산됐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앞으로도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되는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