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디지털전환 방법 몰라…일부 아파트서도 '블랙 아웃'

"죄송합니다. 지금은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입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한 31일 오전 10시. 디지털방송 콜센터(☎124)에 전화해보니 대기 순서가 49번째라는 안내음성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TV가 나오지 않아 전문 상담원에게 문의하려는 사람이 몰린 것이다.

이날 오전 4시를 기해 전국에서 마지막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날로그 방송 송출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까지 방송 중단으로 방송통신위원회 콜센터에 걸려온 전화 수는 지난주 월요일 오전 대비 44%나 늘었다.

콜센터 응대율도 60% 내외로 평소 80% 내외보다 낮아져 상담원 연결도 쉽지 않았다.

안테나를 이용해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던 아날로그TV 사용 가구는 현재 TV 화면이 검게 나오는 '블랙 아웃' 상태다.

기존 아날로그TV로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려면 디지털 컨버터를 설치해야 한다.

아직 디지털 전환을 하지 않아 아침에 먹통이 된 TV를 보고 당황했다는 사례도 속출했다.

회사원 서모(서울시 종로구)씨는 "아침에 뉴스를 보려고 TV를 켰는데 '지지직' 소리만 나오고 방송이 하나도 안 나와서 정말 황당했다"며 "나는 TV를 새로 사면 되는데 저소득층은 시청권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동자동 쪽방촌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황순애 사랑방 운영위원장은 "어르신 두분이 사시는 집에 셋톱박스를 설치했는데 오늘 TV가 안 나와서 설치업체에 연락했다"며 "항상 TV만 바라보고 사시는 분들인데 갑자기 안 나오니 적적해하신다"며 걱정했다.

최용성(서울시 동작구)씨는 디지털TV를 갖췄지만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디지털 전환 작업을 마무리하지 않아 일부 채널이 '블랙아웃'됐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케이블TV 업체가 미가입 가구에도 지상파 방송을 케이블로 제공해왔는데 SBS와는 계약이 덜 됐는지 미가입 가구에 SBS만 송출이 되지 않고 있다"며 "케이블업체가 모든 채널을 정상 제공하기 위해 조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서 디지털 전환을 하지 않아 가정 내 모든 TV에서 모든 채널이 나오지 않는 가구는 모두 5만여 가구로 추정된다.

이날 콜센터가 접수한 문의사항은 대부분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 지원 신청을 하고 싶은데 우리집도 지원 대상인가?", "디지털 컨버터를 어떻게 설치하나?" 등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미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아날로그 종료 첫날에는 문의 건수가 크게 증가했었다"며 "약 2주가량이 지나면 문의도 줄고 디지털 전환 작업도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트위터 등 온라인 동향을 볼 수 있는 인터넷상에서도 아날로그 종료가 큰 화두로 떠오르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디지털 사각지대에 있는 가구의 경우 이러한 정보에 노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파악해 조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전환 문의는 콜센터(☎124)에서 하면 된다.

정부지원 신청은 저소득층의 경우 관할 주민센터 등을 방문하거나 DTV코리아(www.dtvkorea.org)에서 내려받은 서류를 작성해 우편·팩스로 전달하면 된다.

일반 가구는 우체국에서 신청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최인영 차지연 기자 lucid@yna.co.krabbie@yna.co.krcharg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