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미국 경제 사이클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올해 미국 경제를 전망하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2007년 말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시작된 미국의 ‘경기침체기’는 2009년 6월 기술적으로 공식 종료됐다. 2011년 말에는 국내총생산(GDP)이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기술적으로는 ‘경기회복기’도 끝이 났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1인당 GDP는 정점이었던 2007년 수준을 밑돌았고, 고용 시장과 부동산 시장도 언제든 다시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올해는 이런 불안감 없이 시작해 느리지만 꾸준하게 성장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 재정긴축의 영향으로 상반기에는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속도가 빨라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모습을 띨 것이란 전망이다.

◆성장 이끄는 주택시장

주택시장은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경기침체의 주범이었다. 부동산 시장에 끼었던 거품이 붕괴되면서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또 그 대출을 담보로 채권(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발행했던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파산하거나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후에도 주택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았다. 위기 직후 그나마 미국의 경기회복을 이끈 건 제조업이었다.

그랬던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한 건 작년 봄부터다. 그 후로 집값이 오르고 주택 판매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주택시장은 미국 경제의 가장 희망적인 부문으로 자리잡았다. 미국 20개 대도시의 주택 가격을 나타내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6.9% 올랐다. 2005년 이후 가장 빠른 반등세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는 2010년 4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조사회사인 젤먼앤드어소시에이츠의 아이비 젤먼 최고경영자(CEO)는 “사람들이 ‘이제는 주택시장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믿기 시작했다”며 “이런 심리적 변화는 굉장히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고용시장이 관건

문제는 주택시장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주택 투자가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2005년의 6.1%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각 가계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33%에서 25%로 줄었다. 가계들이 빚을 줄이기 위해 집을 내다팔았기 때문이다. 집값이 올라도 자신이 부자가 됐다고 생각해 지갑을 여는 이른바 ‘부(富)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오히려 임대료가 올라 중산층 이하의 소비여력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관건은 고용시장과 소비시장이 함께 살아나느냐다. 실업률 수치만 보면 고용시장도 회복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11월 실업률이 7.7%로 하락해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업률이 하락한 것은 취업 포기자가 늘면서 노동인력이 줄었기 때문이지 고용 자체가 충분히 늘었기 때문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업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몸을 움츠리고 있다는 얘기다.

◆하반기 성장속도 빨라질 것

소비시장도 마찬가지다. 주택시장과 함께 회복되는 것 같았던 소비심리는 지난 연말 꺾여버렸다. 미시간대가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1월 82.7에서 12월 72.9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민간 조사회사인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도 지난달 65.1로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비심리와 기업투자가 위축된 건 정부의 재정긴축에 대한 우려에서다. 정치권의 재정절벽 협상이 어떻게 결론이 나건 어느 정도의 증세와 지출 축소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이 끝나 불확실성이 없어지면 억눌려 있던 민간 수요가 폭발하면서 하반기에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블룸버그통신이 미국 94개 투자은행(IB)의 올해 분기별 GDP 증가율 전망치를 평균 낸 결과 1분기에는 1.7%에 그치지만 4분기에는 2.8%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