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色 필드의 유혹 … 雪原을 향해 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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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 서울 스노골프 해보니…
5개홀 노 캐디·노 카트…1월 5일부터 운영
한 홀 걷자 땀 송송…눈 밟는 재미도 쏠쏠
5개홀 노 캐디·노 카트…1월 5일부터 운영
한 홀 걷자 땀 송송…눈 밟는 재미도 쏠쏠
주말에 전국이 눈으로 뒤덮였다. 따뜻한 남쪽 지방도 60년 만에 내린 폭설로 골프장 영업이 모두 중단됐다. 골퍼들에게 눈과 골프는 물과 기름처럼 상극이다. 과거에는 눈을 페어웨이 양옆으로 치운 코스에서 컬러볼로 라운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이마저 사라진 지 오래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아난티 클럽 서울’은 눈 덮인 겨울에 휴장하는 대신 눈 위에서 골프를 즐기는 ‘스노골프’를 마련했다. 상상만 하던 ‘눈밭 위의 골프’를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다. 내년 1월5일 개장에 앞서 체험 라운드를 해봤다.
클럽은 골프장에서 홀마다 마련해 놓고 있어 방한복과 등산화, 모자, 장갑 등만 준비했다. 1번홀(파5·360야드) 티잉그라운드에 섰다. 겨울철에 흔히 보이던 가마니 형태의 발판이 보이지 않았다. 골프장 측은 “스노골프의 묘미를 반감시키지 않기 위해 눈 위에서 그대로 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티잉그라운드는 남녀 공동으로 사용토록 했다.
먼저 친 동반자의 티샷은 슬라이스가 났다. 바닥이 미끄러워 체중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었다. 직감적으로 풀스윙 대신 4분의 3 스윙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위에 대비해 옷도 두껍게 입어 스윙이 쉽지 않았다. 발의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한 채 거의 절반 정도의 스윙만 한다는 생각으로 볼에 집중하고 샷을 했다. 운좋게 잘맞은 볼이 똑바로 날아가자 동반자들이 ‘굿샷!’을 외쳤다.
티샷을 마치고는 눈 위를 엉금엉금 걸었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재미가 독특했다. 눈 위에서 트레킹과 골프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니. 눈이 많이 쌓인 곳은 발이 푹푹 빠졌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행복했지만 걷기에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했다. 내리막 카트도로를 걸을 때는 미끄러워서 아주 주의해야 했다.
캐디도 없고 카트도 없지만 진행요원이 코스에 배치돼 라운드를 도왔다. 코스를 벗어나면 볼이 눈속에 파묻혀버려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코스를 벗어나면 무조건 해저드 처리를 해야 했다. 1벌타를 받고 주변에서 치거나 골프장에서 마련해놓은 지점에서 치면 되고, 볼에 눈이 묻거나 약간 파묻히면 옆에 옮겨놓고 치도록 했다. 컬러볼 중에서도 빨간색이나 오렌지색이 눈에 잘 띄었다.
코스에 놓여 있는 클럽과 볼의 위치가 멀면 왕복해야 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1벌타를 받고 볼을 옮겨 칠 수 있도록 동반자들끼리 약속하는 것이 낫다.
드라이버샷은 스윙을 작게 해서 그런지 160~170m 정도 나갔다. 평소 200~210m 나가던 거리에 비해 40m가량 덜 나갔다. 티 위에 올려 놓고 치는 드라이버샷과 달리 눈 위에서 치는 아이언샷은 색다르다. 뒤땅을 쳤더니 한 동반자가 이것은 ‘뒷눈치기’라고 해야 한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눈 위여서 평소보다 2~3단계 긴 클럽을 잡았더니 거리가 맞았다.
어프로치샷은 핀을 향해 직접 공략했다. 눈 위의 그린에 떨어지면 런(run)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홀컵은 2배 정도 컸다. 그린에서는 다소 강하게 볼을 쳐야 했다. ‘눈의 라인’이 볼의 진행을 바꿔놓기 일쑤인데 앞팀이 남긴 발자국도 볼의 방향에 영향을 미쳤다.
한 홀을 마치고 나자 이마에 땀이 송송 맺혔다. “눈밭에서도 골프가 되는구나” “이거 정말 운동되네”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2개홀을 마치면 간이 그늘집이 있다. 모닥불 앞에서 어묵을 안주 삼아 정종을 맛봤다. 5개홀을 마치는 걸린 시간은 두 시간 안팎. 한 번 더 돌고 싶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5개홀 스노골프 비용은 평일 10만원, 주말 12만원. 점심식사가 포함돼 있어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
3만원을 더 내면 5개홀을 추가로 라운드할 수 있다. 티오프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30분. 티오프 간격은 15분으로 넉넉하다. 1월5~12일 신청자는 1인당 7만원으로 할인해준다. 2월8일에는 ‘발렌타인&아난티 스노골프 챔피언십’을 개최한다. 참가비는 7만원(점심, 저녁, 기념품 포함).
■ 스노골프
눈 위에서 즐기는 겨울 골프. 코스를 30% 짧게 하고 단단하게 다진 눈으로 페어웨이와 그린을 만들어 일반적으로 총 9홀 규모로 진행한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니르의 그림에도 등장할 정도로 유럽에서는 일찍부터 겨울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가평=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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