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이제 차분한 마음으로 당선인이 제시했던 공약들이 실효성을 발휘하도록 재설계돼 발전을 이끌기를 기대한다. 선거 공약 핵심 중 하나가 경제민주화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그중에서도 큰 논란의 대상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제 존폐 문제다.

당선인의 공약은 전속고발제를 완화해 고발권을 조달청장, 중소기업청장, 감사원장 등에게도 부여하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폐지하자는 극단적 주장은 그 선의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부작용만 야기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 고발권을 분산시키자는 공약 역시 존치론과 폐지론의 비논리적 타협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선 전속고발권의 현실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형사처벌을 위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가 고발을 하지 않아 범법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막고 있다는 게 폐지론자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전속고발제는 그동안 수많은 논의를 통해 변형돼 현재는 사실상 무늬만 남아 있다. 즉 위법 혐의가 있을 경우 검찰은 언제든지 기소 전 ‘내사’를 할 수 있다. 또 중대하거나 명백한 위법행위는 공정위가 고발하도록 의무화돼 있고 검찰이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 공정위가 검찰의 고발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결국 중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에 결정적인 장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중대·명백한 위법행위…檢, 공정위에 고발 요청 가능

어쨌든 전속고발권이 문제가 많다면 과연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우선 공정위가 2012년 1조원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할 정도로 막강한 규제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한다는 우려가 배경에 깔려 있다. 둘째,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에만 열심이고 형사고발을 하지 않는 것은 불공정 대기업을 봐주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한국 사회의 근본적 문제로 부각되는 것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셋째, 위법행위를 밝히는 데 공정위보다는 검찰이나 경찰의 강제수사가 더 효과적이므로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근본적 오류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본연의 업무를 성실히 하지 못한다는 일반적 평가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개선책은 무엇인가. 전속고발권 폐지론자들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경찰과 검찰이 직접 강제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부작용이 지나치게 크다.

째, 현행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대부분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이다. ‘법대로’ 집행하면, 예컨대 선의로 경쟁제한적 효과가 큰 인수·합병(M&A)을 한 경영자는 물론 손님에게 일정 기준을 넘는 선물을 제공한 동네 빵집이나 슈퍼 주인도 언제든 경찰과 검찰의 강제수사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의 특성상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상 모든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잠재적인 범법자로 만들 수 있는 이러한 결과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형사처벌 규정을 대폭 축소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전속고발권을 담합 강도가 강한 ‘경성 카르텔’에 한해 폐지하더라도 결과는 비슷하다. 경성 카르텔이 무엇인지 정하는 일은 경제 전문가들에게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셋째, 만일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형사처벌이 동시에 활성화돼 제재의 총량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과도한 이중처벌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형사처벌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이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카르텔 등은 공정위 대신 검찰과 경찰이 전담해야 하는데 과연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방식인지 의문이다.

넷째,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더라도 기업 임직원이 실제 교도소에 수감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최근 10년간 대기업의 가격담합 등 279건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구속건수는 한 건뿐이었고 최종적으로 징역형을 받은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개 기업은 수천만원, 임원은 수백만원 정도의 벌금으로 마무리됐다.


시민위원회 등 견제장치 마련…공정위 자의적 권한행사 방지

이는 사법기관에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의지가 많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런 입장이 타당할 수도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처벌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는 경제적 제재가 원칙이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형사처벌을 확대하고자 하는 전속고발제의 폐지 논의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선인 공약에 포함된 고발권 분산론은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감사원 등은 본연의 임무에 비춰 경제정책의 하나인 공정거래법의 공정한 집행과 시장경쟁 창달에 큰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앞서 지적된 문제들을 치유할 수 있는 통로가 아니다. 이 같은 타협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본다.

결국 해결책은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필요한 형사고발을 공정하게 하도록 감시하는 제도적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공정거래 시민위원회’를 도입해 그런 임무를 부여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지난해 도입된 ‘검찰 시민위원회’와 유사한 개념이지만 이보다는 훨씬 전문성을 갖도록 구성하고 운용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법원도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해 시민의 힘을 빌리고 있다. 전속고발제 존폐 논의가 커지자 공정위는 최근 검찰 고발을 크게 늘리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시민의 신체자유에 대한 가장 중대한 제약인 형사처벌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도록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이황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고려대 법학과 졸업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졸업 △공정위 경쟁정책자문위원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전 공정위 신유형거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