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3대 축인 소비, 투자, 수출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는 2.7%, 설비투자는 3.5%, 수출은 4.3%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제심리를 호전시킬 수 있는 전방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의 전망이 다소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경기침체의 골은 더 깊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심각한 투자 부진

정부가 내년에 가장 걱정하는 분야는 투자다. 국내외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3.5%. 내년 경제성장률(3.0%)보다 높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하지만 올해 설비투자가 1.4%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정관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올해 까먹은 부분을 만회하고 본전을 챙기려면 내년 설비투자가 적어도 4.4%는 늘어야 한다”며 “3.5% 증가는 본전도 안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평가는 더 인색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과거 경기가 좋을 때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15%를 넘기도 했다”며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인 데다 기업들이 대선을 앞두고 투자를 미룬 측면도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설비투자 전망치는 굉장히 부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건설투자는 더 심하다. 내년에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해(-5.0%)와 올해(-0.4%)의 부진을 감안할 때 정부 스스로도 회복세라고 부르기 민망해할 정도다.

○소비 2.7%도 낙관적?

국민총생산(GDP)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소비 전망은 논란거리다. 정부는 내년에 2.7% 증가를 예상하고 있지만 민간에선 “이마저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2.3%, 올해 1.8%다. 정부 예상대로라면 소비는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소비 회복 근거로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이 커졌다는 점을 꼽았다. 고용시장이 비교적 괜찮고, 근로자의 명목임금이 오르고 있으며, 물가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의 여윳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가계흑자율이 지난 3분기 26.4%로 2003년 이후 9년 만에 최고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장재철 씨티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수 경기가 좋지 않고 특히 소비심리에 영향을 주는 부동산 경기가 나쁘다”며 “정부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씨티그룹은 내년 민간 소비 증가율을 2% 안팎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1%대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 선방 기대

전반적인 경기 부진 속에서 정부가 그나마 가장 기대를 거는 분야는 수출이다. 지난해 수출 증가율 19.0%와 비교하면 결코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올해(-1.3%) 까먹은 부분을 만회하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점에서다. 정부가 예상한 내년 수출 증가율은 4.3%다. 수입은 4.6%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성장률 3.0% 가운데 수출이 내수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시장도 비교적 선방할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가 예상한 내년 취업자 수는 32만명이다. 올해 44만명보다 12만명 줄어든다. 하지만 ‘고용 쇼크’는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재정부는 “국내 취업시장에 한 해 유입되는 구직인력은 25만명가량”이라며 “내년 신규 취업자 수가 이보다 높다는 점에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올해 취업자 수가 40만명 이상 증가한 것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대거 자영업에 뛰어든 데 따른 일시적 효과도 컸다고 덧붙였다. 내년 고용률도 59.5%로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