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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성희롱'이 여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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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공기업의 비정규직인 A씨(여)는 최근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직속 상사에게서 성희롱을 당했다.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신 상사가 다가와 어깨 등 신체 일부를 만진 것. 기혼인 상사는 A씨에게 “연애하자”라고까지 추파를 던졌다. A씨는 참고 넘어갔다. 정규직 전환을 앞둔 마당에 자칫 성희롱 사건을 신고했다가 문제될 것을 우려해서였다.

    여성가족부가 공공기관 직원 79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6일 발표한 ‘공공기관 성희롱 실태조사’에서 나온 성희롱 사례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한 직원의 비율은 3.8%, 동료의 성희롱 피해를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7.4%였다. 통계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언어·신체적 폭력은 훨씬 더 많다는 게 여성부의 설명이다.

    성희롱은 대부분 회식장소에서, 남성 상급자가 여성 직원에게 언어·신체적 ‘과잉행위’를 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심각한 건 성희롱 피해자들의 대처 방식이다. 성희롱 피해 여성들의 92.9%가 “참고 넘어간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업무·인사고과상 불이익을 우려했다”는 응답이 29.0%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문제 해결에 대한 의구심’(27.5%), ‘소문·평판에 대한 두려움’(17.4%) 순이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희롱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행되는 일종의 권력 관계에서 발생한다”며 “피해자들이 상대방의 권력을 의식해 제대로 대처 못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성희롱에 대한 무감각이 만연돼 있는 건 더 큰 문제다. 조사에서 여성들의 64.8%가 성희롱이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응답한 반면, ‘그렇다’고 답한 남성은 38.2%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성희롱이라는 점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여성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공기관의 성희롱 사건 처리 규정을 강화하는 등 성희롱 방지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단순히 처벌강화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회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성희롱 가해자들이 자신의 여동생이나 딸에게도 같은 짓을 할 수 있는지만 생각하면 된다.” 한 전문가의 이 말이 핵심을 찌른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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