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중 대표 "신용불량자 6년…시련 아닌 점프 준비했던 시간"
“20대 중반 6년간을 신용불량자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제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벤처기업인의 기본기를 쌓은 중요한 시간이었어요. 샐러리맨으로 1억8000만여원의 빚을 갚아나가며 사람의 소중함도 깨달았죠.”

삼성전자 공식 파트너, 애플·구글이 뽑은 ‘2012년 베스트 앱’(픽스플레이)…. 올해 이 같은 성과를 올리며 세계 최고 수준의 사진 보정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개발사로 인정받은 벤처기업 젤리버스. 이 회사를 이끄는 32세의 김세중 대표(사진)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20대 중반 6년간을 신용불량자로 살았다. 세 번째 사업 실패로 떠안은 1억8000만원의 은행 빚 때문이었다.

출발은 좋았다. 대학교 1학년 시절 고객관리(CRM) 사업으로 창업에 성공했고 2년 후 서울 홍익대 인근 클럽을 인수해 한 달에 1000만원이상 벌며 승승장구했다.

문제는 세 번째 사업이었다. 미얀마 등의 광산 채굴권을 확보해 보석을 파는 일이었다. 고교 시절 가수 백댄서를 했던 경험, 정보기술(IT) 관련 전공(연세대 재료공학과) 등을 바탕으로 첫 번째, 두 번째 사업은 그에게 익숙했다. 하지만 보석 사업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다. 클럽을 같이 운영했던 지인이 그에게 보석 사업을 제안했고 5억원을 투자했다. 김 대표는 “그때는 돈에 눈이 멀었었다”고 말했다. 미얀마 등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사업이 거의 진척되지 않았고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 일부 투자금을 횡령,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다. 남은 건 빚이었다. 집안 사정상 부모에게 손을 벌릴 처지도 아니었다.

김 대표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당시 좌절을 이겨낸 힘이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큰 공부를 했다고 생각했어요. 제 역량도 확인하고요.”

그는 2003년 샐러리맨 생활을 시작했다. NHN, 넥슨을 다니면서 병역특례(산업기능요원)로 군 복무도 해결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과외 등 아르바이트 일도 했다. 수입은 거의 모두 빚을 갚는 데 썼다. 2008년 1월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났다. 김 대표는 “직장 생활 6년은 제 수준을 높이는 중요한 기회였다”며 “사업가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본기를 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빚을 다 갚는 순간 그는 다시 창업을 결심했다. 이번에는 사진 보정 앱이었다. 그는 스마트폰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평생 사진을 찍기 때문에 사진 사업은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1년 넘게 준비했다. 그는 “세 번째 사업에서 실패하면서 해당 분야를 철저히 알아야 하고 전문가 등 많은 사람들과 교류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2009년 12월24일 젤리버스를 설립했다. 올해 3월 순익분기점을 넘었다. ‘HDR FX’ ‘픽스플레이’ ‘셀카의 여신’ 등 5개 앱의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수는 960만건이 넘는다. 올 매출은 2010년에 비해 12배 이상 급증했다. 해외 매출 비중은 85%다. 젤리버스는 이제 세계 최고의 사진 보정 앱 개발사로 꼽힌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삼성전자의 공식 파트너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애플, 구글은 올해 베스트 앱으로 ‘픽스플레이’를 뽑았다.

김 대표는 젤리버스에 투자하겠다는 업체가 줄을 잇고 있지만 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외부 자금의 도움 없이 젤리버스를 어느 정도까지 성장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