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술품 경매시장에 들어온 자금은 891억8792만원(서울·K옥션 해외 경매 포함)에 그쳤다. 지난해(905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허건 김기창 허백련 등 작고 작가를 비롯해 천경자 이우환 김창열 서세옥 이왈종 민경갑 등 개성 있는 중견·원로작가의 작품에 수요층이 몰렸다.

이는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김영석)가 9개 미술품 경매회사의 올해 출품작을 분석한 ‘2012 경매시장 결산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올해 9개 경매업체가 50여 차례 실시한 경매(온라인 포함)에서는 출품작 10만875점 중 6940점이 팔려 지난해 낙찰률(63.1%)보다 0.7%포인트 상승한 63.8%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작품이 팔린 작가는 허건. 106점 중 81점이 새 주인을 찾아갔다. 황규백(82%) 천경자(76%) 김환기·김창열(75%) 김종학(62%) 이우환(62%) 서세옥(69%) 민경갑(66%) 이왈종(62%)의 낙찰률도 60%를 넘었다.

◆박수근 호당가 2억750만원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올 경매시장에서 ‘국민화가’ 박수근이 평균 호당 가격 2억750만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1억6000만원)에 비해 29.69% 상승한 것이다.

박수근의 호당가격지수를 100으로 했을 때 2위 이중섭의 호당가격지수는 53.82였다. 다음으로 천경자(17.61) 김홍도(14.86) 장욱진(9.97) 김환기(9.32) 순이었다. 호당가격지수 상승률로는 장승업이 765%로 1위였고 천경자(139%) 김홍도(125%) 최영림(62.2%) 변관식(59.7%) 박고석(54.7%) 김형근(53.6%) 등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곽인식 이인성 전병현 변종하 윤중식 윤형근 등의 호당가격지수는 50% 이상 하락했다.

◆유입자금 900억원 못 미쳐

올 경매시장의 낙찰 총액은 서울옥션 414억원, K옥션 315억2000만원, 마이아트옥션 57억5000만원, 아이옥션 48억9000만원, 기타 51억원 등 891억원. 새해부터 6000만원 이상 작고 작가 미술품에 양도세를 부과할 경우 내년에 경매시장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8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낙찰 총액이 가장 높은 작가는 김환기. 출품작 40점이 팔려 79억62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1위였던 이우환은 64억9100만원으로 2위. 박수근(51억2100만원), 쩡판즈(44억6900만원), 이대원(26억3600만원), 구사마 야요이(26억1400만원), 김창열(21억2100만원)이 뒤를 이었다.

◆‘퇴우이선생진접척’ 34억원

조선시대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의 글씨, 겸재의 그림 등을 곁들인 16면짜리(표지 2면 포함) 서화첩 ‘퇴우이선생진적첩’이 지난 9월 K옥션 가을 경매에서 34억원에 낙찰돼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는 지난달 홍콩 경매에서 21억원에 낙찰돼 한국 작가의 해외 경매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인기 작가들의 작품 가격 차별화가 심해지고 있는 점이 올해 경매시장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