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기업 '삼성 vs 도요타', 내년 경영 전략에 촉각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아시아 최고 기업은 어디가 될까.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와 도요타자동차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내년에 어떤 경영 전략을 펼칠지 주목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내년도 경영환경이 어느 때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두 기업의 새해 사업계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와 도요타 모두 사상 최대 판매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2013년에는 불안한 대외 환경에 대응해 호실적을 이어나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도요타, 글로벌 시장 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

아시아 최고 기업은 … 삼성전자 vs 도요타자동차
삼성전자는 올해 매출 200조 원, 영업이익 30조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4분기 실적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은 145조447억 원, 영업이익은 20조6992억 원에 달해 ‘200조·30조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해 눈부신 실적을 견인한 것은 스마트폰이 속해있는 무선사업 분야다. 전 세계에서 애플과의 치열한 특허소송을 벌이면서도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지켜냈다.

분기 판매량은 5000만 대를 넘어섰고, 애플과의 격차도 두 배 이상 벌렸다. 휴대폰 전체를 놓고봐도 4억 대를 팔아 14년 간 왕좌에 있던 노키아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무선사업부가 삼성전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겼다. 일부에선 실적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오지만 내년에도 스마트폰은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요타자동차는 미국발 대규모 리콜과 동일본 대지진의 아픔을 딛고 2년 만에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올해 세계 1위 탈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도요타그룹은 올 1~11월 세계 시장에서 893만 대를 팔았고 연말까지 970만 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937만 대)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판매실적이다. 일본 내수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고전했으나 북미 및 동남아지역 등 해외 시장의 판매 호조로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아시아 최고 기업은 … 삼성전자 vs 도요타자동차
2011년도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도요타의 매출은 18조2000억 엔(230조 원)으로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은 2000억 엔(약 2조5100억 원), 당기순이익은 1800억 엔(2조2600억 원)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2007년 이후 5년 만에 영업이익 1조 엔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매출은 11조2025억 엔(140조 원), 영업이익은 5916억엔(7조4400억 원)을 올리면서 지난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났다.

조수홍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요타가 상반기 실적만 발표한 상황이어서 해외 시장조사기관의 추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면서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내년 3월 회계연도 기준 도요타의 2012년 매출은 21조6000억 엔(271조 원), 영업이익은 1조8160억 엔(22조82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 불황 파고 넘어 최대실적 내년에도 잇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17~18일 글로벌전략협의회를 열어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세계 경제 불황 속에 올해 거둔 최대 실적을 이어가기 위한 세부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권오현 부회장은 “내년에도 글로벌 경제 회복 둔화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며 “어려운 환경에서 지속적인 도전과 혁신으로 1위 기업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기술 리더십 확보, 차별화된 제품과 생산 경쟁력 확보를 통한 수익성 개선 등을 주문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내년 매출은 올해보다 18% 증가한 235조 원, 영업이익은 28% 늘어난 3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IM 부문에서만 20조 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내년 TV 판매 목표를 5500만 대로 잡고 있다. 8년 연속 세계 시장 1위는 물론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확실히 벌릴 계획이다. 휴대폰에서는 5억 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스마트폰 3억5000만 대)

도요타는 내년 사업계획으로 전 세계 991만 대 판매(다이하츠·히노 포함), 994만 대 생산을 확정했다. 올해보다 판매는 2% 늘고 생산은 엇비슷한 규모. 도요타는 내년에 일본 생산을 올해보다 15% 줄이는 대신 해외 생산은 6% 늘려 해외시장에서 판매 확대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취임 후 지난해 3월 발표한 ‘2015년 중장기 경영전략’에 따르면 오는 2015년까지 도요타는 인도, 동남아 등 신흥시장 판매를 50% 확대하고 친환경차 라인업은 10개 모델로 늘리기로 했다. 나아가 현지 맞춤형 전략 차종이나 저가형 소형차 등의 개발을 통해 글로벌 1000만 대 판매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구승환 교토산업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도요타의 내년도 경영 전략은 신흥시장에서 현지 생산을 가속화하면서 원가 절감을 통해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추세로 갈 것” 이라며 “아베 정권이 표방하는 ‘정경분리’ 정책이 센카쿠 분쟁으로 달아오른 중국 내 반일 감정을 풀어내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도요타의 브랜드가치를 뛰어넘어 아시아 최고 브랜드로 올라섰다. 세계 최대 브랜드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2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에서 지난해(17위)보다 8계단 상승한 9위(328억9300만 원)에 올라 도요타(302억8000만 원·10위)를 밀어내고 사상 처음 글로벌 톱10에 진입했다.

브랜드가치 순위와 관련, 일본 산케이신문은 “삼성전자가 도요타를 제치고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 브랜드에 등극했다”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김정훈/권민경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