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는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기 둔화, 미국 재정절벽 우려 등 대외 변수가 쥐락펴락했다. 위기 국면이 해결되면 또 다른 위험이 엄습한 살얼음판 장세였다. 개인투자자들은 장을 떠나고 거래대금은 30% 줄었다.

업종별로는 제약 필수소비재 등 경기방어주와 정보기술(IT)주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박스권 장에서도 주당 150만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쓴 삼성전자가 단연 돋보였다. 정치테마주와 바·카·라(바이오·카지노·딴따라)주로 줄어든 수익률을 만회하려는 투자자가 급증, 일부 투기장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내년 주식시장은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될 전망이지만 저성장·저금리의 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정 업종보다는 저성장 시대에도 꾸준히 수익을 내는 일부 종목이 주도하는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16조원 순매수 외국인이 ‘버팀목’

올해 증시는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풍부해진 외국인 유동성이 좌우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작년 8조원을 순매도했으나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16조6458억원을 순매수했다. 원화 강세와 ‘산타랠리’, 이머징마켓 자금 유입 등으로 외국인 매수세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관도 올해 3조1579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반면 개인은 15조612억원을 순매도했다.

투자성적표는 기관 외국인 개인 순이었다. 올해 투자주체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을 산술평균한 결과 기관이 17.15%, 외국인은 6.36%의 수익률이 나왔다. 개인은 31.13%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거래 위축에도 대형주 상승

코스피지수는 1년 내내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연중 최고치와 최저치 간 차이는 280포인트 정도다. 작년의 576포인트와 비교하면 상하 진폭이 절반으로 줄었다. ‘경기 악화’와 ‘정책 대응’이 줄다리기를 벌인 결과다.

거래는 위축됐다. 유가증권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6조8631억원에서 올해 4조8416억원으로 29.5% 쪼그라들었다. 코스닥시장의 올해 하루평균 거래대금도 2조1360억원으로 전년보다 5.1% 감소했다. 이 여파로 코스닥지수는 올해 3.28%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그러나 8.55%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기가 삼성전자 등 대형주에 몰렸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지수는 10.88% 오른 반면 소형주(1.38%)와 중형주(-2.41%)는 저조한 성과를 냈다.

업종 간 수익률 양극화도 특징이다. 경기방어주와 IT업종 내 일부 성장 수혜주가 선전했다. 수익률은 전기전자(30.90%) 음식료품(22.81%) 전기가스(22.16%) 의약품(18.20%) 등의 순이었다. 화학 철강 기계를 비롯한 산업재·소재 등 경기민감주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내년에는 이런 업종 간 차별화보다는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수 있는 성장주를 중심으로 한 종목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화장품주 ‘기염’, 정치테마주 ‘과열’

종목별 시총 순위를 보면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KB금융 에쓰오일 등이 하락하고 코스닥에서 옮겨온 NHN이 20위 안에 안착했다. 주가상승률은 유가증권시장에선 아모레G우선주 한국콜마홀딩스 에이블씨엔씨 등 화장품주와 SG세계물산 등 의류주가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은 엔터테인먼트회사인 SM C&C와 카지노로 사업을 확장한 제이비어뮤즈먼트 등의 상승세가 눈길을 끌었다.

변동성이 줄어든 시장에서 ‘정치테마주’는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했다. 그러나 대선 후보 관련 주요 테마주 22개 중 연초에 비해 오른 종목은 6개에 불과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