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로에 있는 팔달문시장은 쇼핑하러 온 소비자들로 북적댔다. 간간이 눈에 띄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매장을 찾았다.

“지난 20년간 이곳에서 옷장사를 했는데 지난해 문화관광형 전통시장으로 선정된 이후 가장 많은 쇼핑객을 맞은 것 같습니다. 경기도 일대를 관광하다 들른 일본인과 중국인 덕분에 전체 고객 수가 문화관광형 전통시장 이전보다 20~30%가량 늘었습니다.”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이택상 사장은 팔달문시장이 ‘문화관광형 전통시장’으로 바뀌면서 쇼핑객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중기청·시장경영진흥원 주도

팔달문시장은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8월부터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반경 1500m 안에 팔달문, 화성 행궁, 화성박물관 등이 밀집한 점을 활용해 관광코스에 포함시켰다. 화성을 관광한 뒤 팔달문시장에서 쇼핑하는 ‘체험팸투어’ 과정을 개설하는 한편 전통시장 관련 자료들을 선보이는 상인박물관도 열었다. 남성의류를 판매하는 이현주 사장은 “외국인 손님을 중심으로 최근 1년 새 매출이 1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유입 고객은 2010년 1만2000명에서 지난해 25% 증가한 1만5000명으로 늘었다. 올 들어 6월까지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3만1962명으로 껑충 뛰었다고 신동호 팔달문시장 기획실장은 전했다.

전통시장이 문화의 옷을 입고 부활하고 있다. 문화와 예술이 전통시장의 고유한 정서와 결합하면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다. 중기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은 2008년 제주 동문시장 등 4곳을 첫 지정한 데 이어 지금은 팔달문시장 등 전국 23개 전통시장을 문화관광형 전통시장으로 선정, 지원하고 있다.

김유오 시장경영진흥원 상권활성화본부장은 “문화관광형 전통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2008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35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3개 시장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시장 특성을 세분화해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기존 문화관광형 시장에 국제 명소시장과 민속 5일장을 추가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자는 취지다. 명칭은 문화관광형 전통시장으로 통일하되 시장 특성을 구분한 것이다.

○상인들이 변화에 앞장서

문화관광형 시장이라는 이름을 달면서 상인들이 변화의 주역으로 나서고 있다. 문화관광형 시장에 3년 연속 뽑힌 온양온천시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상인들은 ‘온궁예술단’을 조직, 문화 마케팅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온궁예술단, 온궁라디오DJ, 미니 테마장터 등 창의적인 문화 프로그램이 상인회에서 쏟아져 나왔다.

수원 팔달문시장의 변신도 마찬가지다. 상인회가 발벗고 나서 빈 점포를 물색한 끝에 건물주와 5년 무상임대 협의에 성공해 상인 방송국, 문화교실, 박물관 등을 입주시켰다. 상인회는 이를 기반으로 상인, 지역 주민, 예술인 모두가 참여하는 지역 밀착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중기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은 ‘문화관광형 시장 투어’를 지난 7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이 관광체험 프로그램에 지난달 말까지 4개월간 1만2000여명의 소비자들이 참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기간에 총 109회가 진행돼 시장을 방문한 관광객 1인당 평균 5만3000원어치의 특산물을 구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투어는 시장 내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를 당일(1만3000원)과 1박2일(4만원) 코스로 체험할 수 있도록 짜여졌다.

시장경영진흥원은 쇼핑과 관광이 가능한 문화관광형 시장을 2015년까지 100곳 육성할 계획이다.

강창동 유통전문/윤희은 기자 cdkang@hankyung.com

■ 문화관광형 시장

지역의 역사·문화와 특산품 등 고유한 특성을 즐기고 관광하는 공간으로 개발한 시장. 전통시장에 고유의 문화 전통을 가미해 관광 명소로 육성하자는 취지로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이 23곳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