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하반기 한경 소비자 대상]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 '품격'…불황에 더 빛난 그 상품
[2012 하반기 한경 소비자 대상]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 '품격'…불황에 더 빛난 그 상품
롯데 미래전략센터는 최근 발표한 ‘백화점 2012년 리뷰 및 2013년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불황에도 ‘가치지향적 소비’를 추구하는 현상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생활필수품 등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물품들은 저렴한 것을 찾지만 본인의 개성을 표현하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데는 아낌없이 비용을 지출하는 경향이 지속됐다는 설명이다.

시계 등 고가 남성상품 시장이 올해도 높은 신장세를 이어간 것과 최근 겨울의류 시장에 1만원대 유니클로 내의 ‘히트텍’과 10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캐나다구스 몽클레르 등 고가 패딩점퍼를 동시에 사는 ‘크로스 셀링(cross selling)’ 소비가 나타난 것을 사례로 들었다.

롯데 미래전략센터는 내년 유통 트렌드의 하나로 ‘작은 사치(small luxury)’를 꼽았다. 백인수 롯데 미래전략센터 이사는 “내년에도 불황이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소비는 줄어들겠지만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와 관련된 분야에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년 하반기 한경 소비자 대상’에서도 이런 ‘가치 지향적 소비’ 트렌드가 그대로 드러난다. 지속적인 기술과 디자인, 품질 혁신으로 상품의 품격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감성적 가치를 충족시킨 제품과 브랜드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가전·정보기술(IT)기기 부문에선 차별화된 기술과 프리미엄의 가치를 담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연 제품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2012년형 스마트TV’인 ‘ES8000’ 시리즈로 7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제품은 음성과 동작만으로 TV를 조작할 수 있게 하는 ‘스마트 인터랙션’, 대형 화면에 최적화한 스마트 콘텐츠, 화면 테두리 두께를 5㎜로 줄인 프리미엄 디자인 등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8월 첫선을 보인 삼성전자 태블릿폰 갤럭시노트2는 지난달 말 세계 누적 판매량이 500만대를 넘어섰고, 국내 판매량도 연말까지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작인 갤럭시노트보다 화면은 0.2인치 커졌지만 테두리 부분(베젤)을 줄여 전체적인 크기는 비슷하다. 배터리와 S펜 활용도, 내장 카메라, 콘텐츠 공유기능 등이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 인기비결이다.

LG전자가 2009년 선보인 드럼세탁기 ‘트롬 6모션(식스모션)’은 손빨래할 때 나오는 여섯 가지 동작을 구현한 제품으로 전 세계에서 200만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올해 선보인 신제품은 세탁용량과 건조용량이 각각 19㎏과 10㎏으로, 건조 겸용 드럼세탁기 중 최대 용량이다. 건조 시간을 기존의 절반 수준인 두 시간 안팎으로 줄여 전기료를 37%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식음료 화장품 등 일상 소비생활과 밀접한 부문에서는 ‘메가 트렌드’인 웰빙을 강화하거나 차별화한 기술로 기존 상품의 경쟁력을 높여 새로 선보인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 바이오 에센스 인텐시브 컨디셔닝’은 출시 두 달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히트 상품이다. 이 회사의 독자적인 ‘바이오 인큐베이팅 기술’로 재현한 성분(바이오 리독스™)이 93.7%가량 함유돼 있는 이 제품은 바르는 즉시 피부를 투명하고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심 ‘신라면블랙’은 지난 10월 국내 판매를 재개한 지 한 달 만에 600만개가 팔리며 매출 60억원을 돌파했다. 신라면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나트륨 함량을 140㎎ 줄이고, 240도의 ‘가마솥 고온공법’으로 사골맛을 보강했으며,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얼큰한 맛을 살려 차별화한 것이 인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롯데제과가 ‘자일리톨껌’ 출시 12주년을 맞아 최근 선보인 ‘치아건강 자일리톨껌’은 자일리톨 함량이 100%로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았다. 제품명처럼 구강 내 플라그를 줄이고 산 생성을 억제,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국순당이 지난 8월 초 출시한 캔막걸리 ‘아이싱’은 출시 3개월 만에 300만캔 이상 팔리며 막걸리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히트작이다. 알코올 도수를 4도로 낮춰 술에 약한 사람들의 부담을 줄이고, 시원하고 깔끔한 맛에 자몽과즙을 더해 새콤함을 더한 맛으로 단맛과 인공 향을 싫어하는 젊은층을 공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