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등단 후 40년간 끈질기게 예술과 삶의 본질과 사회 속 자아의 실체를 추적해온 작가 강석경 씨(61·사진)가 신작 장편소설 《신성한 봄》(민음사)을 발표했다. 《미불》 이후 8년 만에 내는 작품. 긴 공백 끝에 내는 작품인 만큼 예술과 삶의 본질을 향해 깊이 있게 들어간다.

작품은 5년 전 간경화로 간 이식 수술을 받은 65세의 연극배우 윤미호가 그리스 트로이아에서 띄우는 편지로 시작한다. 그는 사제로서 로마에 있는 아들 수보리를 만나러 가는 여행 중이다. 윤미호가 대학을 졸업하던 날,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던 그의 어머니는 나무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그때부터 그는 ‘방랑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 인도 여행 중 만난 일본인과의 사랑에서 수보리를 낳은 그는 아이가 한국 사회에서는 평생 소수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캐나다로 입양 보낸다. 게이였던 수보리의 양부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고통 속에서 살다가 자살을 택하는 인물. 수보리는 사제가 돼 로마로 건너간다.

소설을 끌어나가는 글의 형식은 가장 내밀한 마음을 고백할 수 있는 편지다. 윤미호가 수보리에게 보내는 종교적, 예술적, 존재론적 편지들은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보여준다. 세상의 제도와 개인의 고통을 엮어 고발하기도 한다.

작가는 “원래 과작이긴 했지만 이번엔 침묵이 길었고 한동안은 알 수 없는 무력감에 모든 것을 놓은 채 백지 상태로 지내기도 했다”며 “공백이 충분히 삭아 필연적으로 작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그만큼 시간과 공간, 내면과 세계를 종횡무진 가르는 고민이 녹아 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