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정 절벽(fiscal cliff)' 협상이 성탄절 연휴로 중단됐다. 연말까지 며칠 남겨두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절벽 타결 여부에 따른 증시 영향에 대한 셈법이 분주하다.

23일 외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부자증세의 기준을 연가구소득 25만달러에서 40만달러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한 후 성탄절 휴가를 떠났다.

공화당은 지난 21일 연소득 100만달러 미만 가구를 대상으로 세제감면을 연장하는 '플랜B'를 하원에서 상정하려고 했지만, 일부 공화당 위원들 반대로 의석수가 미달돼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탄절 다음 날인 26일 백악관으로 돌아와 연말까지 합의점에 도달하기 위해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절벽 협상이 일진일퇴를 반복하고 있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연내 협상 타결 가능성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자들 움직임도 이런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글로벌 증시의 움직임이나 국내 증시에서 16거래일 연속 꾸준하게 비중을 늘여나가고 있는 외국인의 매매패턴을 보면 일단 재정절벽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합의가 성공할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치권의 의견 차이도 조금씩 좁혀지는 모습이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지만 양당의 이견은 좁혀지면서 연내 타결 가능성은 커졌다"며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희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화당이 당초 감세 불가 입장에서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에 한한 감세로 완화했으며, 민주당 역시 감세 기준을 연소득 25만달러에서 40만달러로 한발 물러섰다는 설명이다. 공화당은 100만 달러 수정안을 제시하며 연방부채한도 상향 합의해 줄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타협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성탄 이후 26일부터 협상이 재개된다고 해도 연말까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극적인 타결 성사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연내 타결이 안된다면 미국 정치권은 임시예산안이 종료되기 이전인 내년 1분기까지는 부자 증세 기준에 대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재정절벽 협상이 연내 타결에 실패했을 경우 단기적으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 이전에 그랜드 바겐에 성공할 것인지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재정절벽 불안감이 확대될 여지는 충분하다"며 "다만 이로 인해 단기 공포감이 확산될 경우 주식비중 확대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마지막 주 자금흐름은 성탄절 이후 미 정치권의 재정절벽 협상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기대보다는 우려가 증폭될 여지가 있지만, 중기추세의 전환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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