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술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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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대학시절, 술 한 잔 마시고 귀가하는 겨울밤엔 괜히 상념에 잠겼습니다. 멀리 돌아가는 길로 천천히 걷거나, 집 앞을 서성이다가 다시 거리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돌이켜보면 그저 달콤한 첫사랑의 추억이거나 기억도 나지 않는 시시한 고민들인데, 뭐가 그리 아프고 힘들었을까요.
겨울밤 포장마차. 추운 날씨에 차가운 소주뿐이지만 ‘인생에게 술을 사주는’ 뜨거운 삶들이 모여 있습니다. 직장 얘기, 자식 얘기, 사랑 얘기…. 올봄 받은 시집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주지만 나는 너에게 꽃을 준다, 삶이여/나의 상처는 돌이지만 너의 상처는 꽃이기를, 사랑이여’. 삶이 우리를 속여도, 우리는 삶에 술 한잔 꽃 한 송이 내밀 뿐입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