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노즈쿠리: 장인정신 >
“한국 중소기업들은 ‘빨리빨리’ 정신으로 서두르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 기업은 작업이 느려지더라도 비효율적인 공정이 발생하면 반드시 기록해 증거를 남깁니다. 한국 중소기업도 하루빨리 이런 ‘모노즈쿠리’ 정신을 배워야 합니다.”
지난 21일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모노즈쿠리 현장개선 세미나 및 연수성과 발표회’에서 일본 모노즈쿠리 연구 대가인 요시가와 료조 도쿄대 모노즈쿠리 경영연구센터 특임연구원은 이같이 강조했다. 모노즈쿠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자세를 일컫는 말로 일본에서 장인정신을 뜻한다. 도쿄대 경영연구센터는 이를 연구·개발부터 자재구매, 설계, 자재관리, 생산, 검사,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의 시간과 비용 효율화를 추구하기 위해 기업이 벌이는 개선과정으로 봤다.
뿌리산업 인재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주관한 이번 세미나에서 요시가와 연구원은 “제품을 생산해 고객에게 전달하기까지의 ‘흐름’을 아는 게 모노즈쿠리의 기본”이라며 “설계부터 제품관리까지 원활한 흐름도를 구성하면 작업자가 바뀌더라도 일관된 생산활동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선 재단을 통해 모노즈쿠리를 작업현장에 접목해 생산성을 향상시킨 중소기업의 사례도 소개됐다. 최동호 디지아이 이사는 “모노즈쿠리 현장실습 모델을 활용해 프레임과 패널, 포장재 등이 혼재했던 작업현장을 정리한 결과 작업시간을 크게 줄였다”며 “생산기술팀과 품질보증팀을 신설해 불량품 발생률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선박 엔진용 컨트롤러를 제조하는 태양기전의 최홍석 이사도 제품이력관리제 등을 생산 현장에 적용해 작업환경을 크게 바꿨다고 전했다. 최 이사는 “직원 동선과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파악해 최적의 작업공정을 갖춘 결과, 작업자 피로도와 안전사고 발생률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미나엔 모집 인원의 두 배에 달하는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종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전무는 “지난해부터 한일재단이 매년 두 차례씩 국내와 일본에서 모노즈쿠리 경영이론 및 현장실습, 팀 토론을 진행해 왔다”며 “지금까지 배출한 164명의 국내 중기 수료자들의 연수 성과와 현장개선 실천사례를 통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