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 이후 지도부 공백상태에 빠졌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용섭 정책위 의장은 21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해찬 전 대표와 최고위원은 대선 과정에서 지난 11월18일 총사퇴했다. 문재인 전 대선 후보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지만 대선 패배로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사실상 지도부가 비어 버린 셈이다. 당헌상 지도부 공백기가 60일을 넘을 수 없기 때문에 내년 1월18일까지는 차기 지도부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후속지도부 구성 등 당 수습방안이 논의됐다. 친노 주류 측은 박 원내대표 사퇴와 맞물려 비대위 구성 등 당 쇄신 방안에 주력하고 있으나 비주류 측은 “대선 패배에 대한 평가가 우선”이라며 친노 주류의 책임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계파 갈등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한 듯 이날 의총에서 책임론이 부각되진 않았다.

비대위 구성을 놓고도 양측의 입장이 맞서 있다. 비주류 측은 문 전 후보가 즉각 물러나고, 후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주류 측은 원내대표 선출과 비대위원장 인선은 별개라는 인식이 강하다. 원내대표 선출까지 비대위 구성을 늦추는 것은 당 쇄신 분위기에 역행하는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재 비대위 구성 권한은 문 전 후보에게 있다.

때문에 비대위 인선 문제가 원내대표 경선과 맞물리면서 계파 간 갈등이 촉발될 수도 있다.

비대위원장은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준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세력과 ‘국민연대’로 대표되는 시민사회 세력을 얼마나 끌어안을 수 있을지가 당 혁신의 평가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의총에서도 “전당대회를 서두르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다.

문 전 후보는 이날 여의도 동화빌딩에서 열린 시민캠프 해단식에서 “민주당 힘만 갖고는 새 정치를 제대로 하기 어렵고 정권교체도 어렵다는 게 이번 선거 과정에서 다같이 확인하고 절실히 느낀 바”라며 바깥 세력을 포함하는 당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시민캠프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 세력이 민주당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하고, 민주당이 (새 정치에) 머뭇거리면 이끌고 견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선 패배에 대해선 “국민께 죄송스럽고 역사 앞에 큰 죄를 지었다”며 “그러나 새 정치를 바랐던 1500만 국민의 꿈이 좌절된 것은 아니다. 5년 뒤에는 제대로 된 정권교체,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로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그는 “제가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지 못한 셈이 됐다”며 “호남분들에게 상실감,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이 여사는 “수고 많았다. 우리도 몇 번이나 떨어졌다”며 문 전 후보를 위로하면서 “꼭 정권교체가 되길 바랐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여사는 이어 “부산에서 너무 적은 표가 나왔다”고 하자 문 전 후보는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10% 정도 높게 나왔다”고 답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